시대의 미아로 전락한 한총련 통일선봉대

발대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통선대

3일 ‘한반도 자주와 평화를 위한 2006 통일선봉대’가 발대식을 진행했다. 주한미대사관 앞에 모인 200여명의 대학생들은 ‘전쟁을 부르는 대북제재 반대’ ‘우리민족끼리 기치 아래 6.15 공동선언 이행하자’고 적힌 깃발을 들고 주한미군 철거, 침략적 한미동맹 해체, 대북압박 중지 구호를 외쳤다.

선봉대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통일 분위기를 가로막는 미국의 전쟁먹구름을 막아버려야 한다”며 “19년 전통의 통일선봉대의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19년 여름마다 ‘통일행사’라 불리며 진행돼온 통일선봉대 활동. 그 사이 북한의 참혹한 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대학가에서도 ‘한총련’ 개혁의 구호가 대세인데도 언제나 한결같은(?) 이들의 활동에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의 미아들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90년대 중반 북한에서는 수백만의 인민이 굶어죽었고, 북한정권은 이를 방치하면서도 김일성 묘지 만들기에는 9천억 원을 쏟아 부었다. 김정일은 이 와중에도 세계의 산해진미를 즐기며 수십억달러의 비자금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그 결과물이 바로 지난해 핵 보유 선언과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다.

미국이 싫다고 동족을 학살하는 독재자를 옹호하겠다는 논리가 과연 성립할 수 있을까. 북한 비 피해로 수 천명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김정일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자국민을 인질로 국제사회와 대결국면을 만들겠다는 독재자의 논리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이 진보이고 평화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에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북한의 인권실태를 고발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국제사회 요구는, 유엔인권위원회와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에서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으로 이어졌다.

또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북한 인권개선의 목소리가 한국사회에서도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학가에서도 마찬가지다. 몇몇 학교에서는 북한인권 동아리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고, 대학생들에 의한 각종 캠페인 활동이 심심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반미와 민족공조로 무장하고 전국을 돌며 미사일이 평화를 지킨다는 선전활동을 진행하겠다는 통일선봉대의 모습은 시대의 변화를 완강히 거부하는 ‘수구’ 그 자체였다. 이들에게서는 미국에 대한 불타는 증오만 있을 뿐 북한 주민에 대한 연민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남북화해와 통일을 바란다면 북한 인권문제에 눈을 돌려야 한다. 북한 주민 대다수가 김정일의 인질로 전락한 상황에서 남북화해와 통일이라는 구호가 얼마나 허망한가.

그러나 발대식에서 만난 대학생은 북한 인권문제를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생각해본 적 없다”며 말문을 닫았다. 웬만한 사람도 알고 있는 북한 인권문제도 모르면서 통일을 이끌어가는 선봉대로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 한심스럽다. 과연 우리 국민 중 몇이나 이들에게 ‘통일운동가’라는 명예를 안겨줄 지 의문스러웠다.

김송아 기자 ks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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