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탈북자 나와야 사회적 편견 깰수 있어”

▲탈북자 최승철 씨가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천만달러를 되돌려준 소감을 밝히고 있다.ⓒ데일리NK

지난 2003년 국내에 입국한 의사출신 탈북자 최승철 씨는 요즘 인생 제 2막을 살고 있다. 그는 의사라는 직업을 뒤로 하고 해외 투자 컨설턴트라는 남한 사람에게도 다소 생소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함북 청진의대를 1999년 졸업하고 북한에서 2년여 동안 소화기내과 의사로 일한 바 있는 엘리트 출신이다.

지난달 최 씨는 외환 중개회사를 설립하고 해외 투자를 원하는 국내 투자자들에 대한 상담과 외환 중개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지인들로부터 투자자 상담이라는 전문직종에 종사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탈북자 출신임은 밝히지 않는다.

그는 “남한에 정착하면서 탈북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투자 관련 일은 신뢰뿐 아니라 사회적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탈북자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더욱 꺼린다.

그러나 그는 최근 사회적인 귀감이 될만한 선행이 뒤늦게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신분을 숨길 수 없는 유명인사가 돼버렸다.

지난달 29일 인터넷으로 외화예금 계좌를 조회하던 순간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25달러에 불과하던 잔고가 1000만 달러(약 91억 7000만원)로 불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천만달러 계좌 입금 영화같은 현실이..”

호흡을 가다듬고 여러 차례 숫자를 세 봤지만 1000만달러가 틀림없었다. 그는 예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10만달러를 타은행 계좌에 송금했다.

계좌이체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목에서 마른침이 식도를 타고 위장 깊숙이 내려갔다.

생각을 돌이켜 보면서 최 씨는 1시간 전에 울산에 있는 친구로부터 1만 달러를 송금했다는 기억이 났다. 그제 서야 친구가 보낸 1만달러가 은행 시스템의 오류나 직원의 실수로 1000만달러로 입금된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잠시 욕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오히려 더 큰 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차분히 전화를 기다렸다. 잠시 후 송금 은행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렇게 30여분 사이에 그의 통장에서는 천만달러가 들어왔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이 영화 같은 현실은 그가 자신의 블로그에 관련 내용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18일 최 씨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뜻밖의 일확천금을 돌려준 소감과 세상사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천만 달러 그 이상을 가진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와 인터뷰하는 내내 각 방송사, 신문사 등에서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본의 아니게 일약 유명인사가 된 것이다. 그의 블로그에는 50만명이상이 방문했고 수천명의 댓글이 올라왔다.

“사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블로그에 수십만 명의 네티즌들이 들어와 격려의 메시지를 남겨 일약 스타가 된 것처럼 어리둥절하다”면서 “잠시나마 천만달러를 갖게 되어 기쁘고 좋은 일을 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욕심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은행 일을 하고 있는 친구한테 전화를 해볼까라는 생각도 했다”면서도 “내돈이 아닌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살다가 별일도 있구나라고 웃어넘기면서 사업이 번창 하려는 징조라고 생각하고 싶다”면서 “천만달러라는 돈이 잠시나마 갖게 되어 좋았고, 무엇보다 선행을 베풀어 천만 달러 그 이상을 가진 것만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탈북자라는 나의 출신도 신경이 쓰인 것이 사실”이라면서 “탈북자 하면 사회 하류층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있는데 탈북자중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행한 선행에 대해 ‘별일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으나, 탈북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서는 단호한 어조로 ‘이젠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일에 전문성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는 탈북자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탈북자가 사회인식 바꿔나가야”

“탈북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탈북자 중에 스타가 많이 나와야 한다.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서 하류계층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스타 탈북자들이 나와 한국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 국내 탈북자들을 도울 수 있는 능력과 한국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탈북자들은 성공하려는 욕심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 북한에서 성공한 사람은 남한에서도 성공한다. 이는 사회 적응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 중에는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피동적인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 적응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욕심을 버리고 잘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컨셉’을 찾아야 한다. 그 ‘컨셉’에 맞게 노력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이어 그는 “하나원 교육과 탈북자 정착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 “탈북자들의 사회적응력을 높여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사업이 번창하면 탈북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북한 인권문제 등을 알리는 신문을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탈북자 신문 ‘새 동네’를 발간한 바 있다. 당시 2년여동안 38개 지역과 정부부처에 신문을 배포했지만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신문발간을 중단했다.

그러나 그는 탈북자들을 알릴 수 있는 신문을 통해 탈북자들의 사회통합을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향후 여건이 낳아지면 계속해서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깨닫게 된 북한 김정일 정권의 문제를 남한 사회에 알려야 한다. 김정일 체제에서 진정한 자유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북한 인민들을 위해서라도 신문 발간을 꼭 재개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