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북한 40억달러 계좌설 조사 가능성 희박

북한이 스위스 정부에 40억 달러 계좌설의 조사를 요구했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스위측의 시각이다.

스위스의 일간지 ’르 탕’은 25일 분석 기사를 통해 스위스 법무부측은 조사를 위한 법률적 요건이 미비해 그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면서 이는 북한이 미국의 경고에 맞서기 위해 스위스를 일종의 포커판으로 활용하는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스위스 법무부측은 “스위스 영토내에서 북한이 불법적 행동을 했다는 의심이 없는 한 조사에 착수해달라는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것.

르 탕은 앞서 미국무부가 스위스내에 있는 대북 합작기업 코하스에 대해 미국내 자산 동결 등의 제재조치를 취했으나 스위스 경제부는 수출통제 법규를 위반한 사실을 찾을 수 없었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 신문은 북한인들이 스위스내에서 때로 미심쩍은 행동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스위스와 북한 수뇌부의 밀접한 관계에서 찾을 수 있지 모른다고 말했다.

르 탕은 스위스와 북한의 유대는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세 아들이 스위스에 유학한 점, 베른과 제네바에 있는 북한 대사관과 대표부의 규모가 이례적으로 비대한 점을 꼽았다.

이 신문은 스위스는 북한이 기아에 시달리던 지난 10년간 충실한 원조국이었으며 리철 북한 대사(제네바 대표부 대사 겸임)는 스위스의 원조기구인 개발협력청(SDC)와의 관계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소개했다.

르 탕은 또 스위스는 지난 1953년 이래로 중립국 감시위원회의 일원이었으며 미셸린 칼미 레이 스위스 외무장관이 지난 2003년 북한을 방문한 뒤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것도 평양을 중시하는 스위스의 노력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당시 스위스 외무부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스위스와 북한은 최소한 매년 1차례의 고위급 정치 대화를 마련했다는 것.

르 탕은 그러나 북한이 스위스를 ’스파이의 둥지’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위스가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이런 사실들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북한 대사관이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네트워크와 접선한 것은 분명하다면서 이를 북한이 스위스내에서 벌이고 있는 미심쩍은 행동의 하나로 꼽았다.

이 소식통은 스위스 출신의 우루스 티너를 중간연락책으로 활용한 네트워크가 지난 2004년 가을 독일에서 적발됐다면서 티너는 우라늄 농축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시인했으며 수사는 아직 종결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40억 달러 계좌설 조사 요청이 외무부와 범죄 수사 당국의 이해가 충돌할 여지가 있는지도 궁금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르 탕은 이론적으로는 스위스 외무부가 조사를 제지할 수 없지만 정치적 사안들에 대한 조언의 역할은 갖고 있다고 말하고 사실상 대부분 외교관 면책 특권을가진 김정일 위원장 측근들을 간섭하기도 힘들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북한인들에 대해서는 연방 범죄수사당국이 수동적인 감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면서 달리 말하면 “개입 없는 관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르 탕은 스위스 외무부가 40억 달러 계좌설을 조사해달라는 요구를 접수해 일단당혹했지만 사법 공조 요청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시한데 대해 만족해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 관측통은 이에 대해 북한측이 요구가 놀라웠다면서 북한이 진정 아무 거리낄 것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진상이 밝혀진다고 해도 북한으로서는 두려울 것이 없기 때문에 허세일지도 모른다고 해석했다.

르 탕은 만일 진상이 밝혀진다면 스위스는 매우 당혹스런 입장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의 강한 불만에 직면할 것이고 중립국으로서의 신뢰도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제네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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