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북한의 살림살이

북한이 11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1기 3차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3년만에 예ㆍ결산과 관련된 액수를 공개하면서 북한의 살림살이 현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언론매체 가운데 국가 재정 규모를 언급한 곳은 조선중앙TV로 지난 해 결산을 통해 지출이 3천488억700만원(북한 원화)으로 당초 계획한 3천512억6천600만원의 99.3%가 집행된 것으로 보도했다.

조선중앙방송 등 라디오방송은 지난 해 적자가 112억6천100만원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재정 적자에 대해 12일 “징수체계 미비와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런 작년 지출 및 적자 규모에 따라 작년 수입은 3천375억4천600만원이 된다.

이를 토대로 올해 예산 수입이 전년 대비 15.1% 증액된 것으로 보도된 것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올 예산은 3천885억원 안팎이다. 올 지출은 예산액수와 같다.

수입과 지출을 동일액으로 잡은 것은 지출 위주에서 수입 위주로 재정관리체계를 세우라는 노동당 지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규모는 7ㆍ1 경제관리개선조치 몇 달 전에 나온 2002년 예산인 221억원에 비해 17.6배에 달한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는 7ㆍ1조치로 가격을 25배, 임금도 18배를 각각 인상된 것에 비례해 예산의 덩치도 커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올 예산에서 관심사는 역시 국방비.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9%로, 618억원 가량이다. 이는 비중으로 따지면 작년의 15.6%와 비슷하지만 액수로는 작년의 544억원에서 13.6%나 증가했다.

아울러 신년 공동사설에서 ‘주공전선’으로 제시한 농업 부문 예산을 전년 대비 29.1%나 늘리고 최근 과학기술 고도화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듯 과학기술 부문의 예산을 14.7% 확대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부는 올 예산을 북한의 달러(1달러=135.5원)로 환산하면 28억7천만달러 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는 100억달러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됐던 2002년 규모에 비해 3분의1 수준 이하로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중간에 7ㆍ1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쉽지 않지만 2002년보다 줄어든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2002년 이후 처음 예산 관련 액수를 밝힌 것은 7ㆍ1조치 이후 개선해 온 재정시스템이 어느 정도 안정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종전 거래수입금이 국가기업이득금이라는 직접세 개념으로 전환하고 수입원천에 대한 관리 의지를 시사한 점에 비추어 경제개혁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