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인 北…암중모색하나

북한은 ’자위적 억제력 강화’를 천명하면서 지난달 5일 호기롭게 대포동 2호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렸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숨을 죽이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된 대북결의안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의장성명 정도에 그쳤던 것과 달리 대북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충격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시 대북결의안 채택에 반대입장을 보였던 북한의 동맹국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에는 찬성입장을 표시함에 따라 ’믿는 도끼’에 발등까지 찍힌 셈이 됐다.

특히 북한은 대북결의안 통과 직후 중국 주재 최진수 대사를 비롯해 대사관 관계자들이 중국 외교부 청사로 몰려가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결의안으로 북한이 느낀 당혹감의 정도를 가늠케 한다.

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북한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만남도 거부한 채 6자회담국 장관급 회담을 촉구하는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과 회담을 한 것이 전부였을 뿐 외교적 행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기에다 부산에서 열린 제19차 장관급회담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은 남측의 쌀과 비료 지원 불가입장을 듣고 예정됐던 일정보다 빨리 회담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미사일을 쏘면서 유엔의 대북결의안 채택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결의안 채택 이후 북한에서는 외교가 사라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일단 북한은 유엔에서의 대북결의안 통과 직후인 16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발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추호도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반발했다.

이같은 외부적 천명과 함께 북한은 내부적으로 미국에 의한 위기상황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결속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7일 정전협정 체결일을 맞아 발표한 사설에서 “모든 인민과 군장병들은 언제나 긴장되고 동원된 태세를 견지하고 조국의 안전과 민족의 존엄을 지켜나가야 한다”며 “온 나라 전체 인민이 우리 당의 총대 중시, 군사 중시 노선을 빛나게 구현하여 나라의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백방으로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다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을지포커스렌즈 한.미합동군사연습 등을 ’제2의 조선전쟁 책동’이라고 비난하면서 전쟁의 위험성을 고취하고 있다.

미국의 침략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을 잇달아 울리면서 주민들의 결속을 다져온 북한은 설상가상으로 폭우로 인한 수해로 전주민들을 수해복구에 총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거듭되는 내우외환 속에서 북한은 현재의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암중모색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4일 새로 건설한 평양 대성타이어 공장을 현지지도 했다는 보도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나온 이후 한 달이 훨씬 넘겨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이같은 북한의 고민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장고 끝에 나올 북한의 선택이 어떤 방향이 될 것이냐는 점이다.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달 발표한 성명에서 ’보다 강경한 물리적 행동조치’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추가발사 등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가 실패로 끝난 상황에서 추가적인 악화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미국과 대화에 나서기 위한 명분을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벼랑끝 전술’로 이익을 챙겨왔던 이전 미국 행정부와는 분명 다르다”며 “북한도 대미요구사항을 모두 관철시키려 하기 보다는 80%선에서 만족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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