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6자 이벤트…북·미 `협상모멘텀’ 이어가나

‘꽃피는 3월’의 첫주는 숨가쁘게 돌아갔다.

북한과 미국이 뉴욕에서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양국 관계정상화를 위한 역사적인 회담에 착수했고 북한과 일본도 베트남 하노이에서 양자회담을 가졌다. 지난 연말만 해도 가능성 저편의 일로 여겨졌던 일들이 잇따라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미국을 방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회동, 6자회담 2.13 합의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놓고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또 라이스 장관에 이어 북핵 외교의 미국측 실무책임자인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도 한.중.일 3국을 찾아 미국의 외교흐름을 설명했다.

지난 주부터 미국과 동북아 3국, 그리고 베트남에서 펼쳐진 외교이벤트를 정리하면, 일단 북핵폐기를 위한 초기조치와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엮은 2.13합의 이행의 첫단추를 엮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 의미 과시한 북.미 회담 = 전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미국 나들이를 하고 있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모습이 최근 북핵 외교의 흐름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는 7일 오전(한국시간)에 끝난 제1차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 결과로 그대로 이어진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1차 실무그룹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을 통해 양측은 ‘2.13합의’에서 60일간 이행토록 규정한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낙관적인 기대를 갖게됐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그동안 ‘골치아픈 문제’로 여겨졌던 모든 현안을 다루었다.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면제는 물론이고 위폐.마약거래.납치문제 등 인도적 현안, 그리고 방코델타아시아(BDA)로 상징되는 대북 금융제재 문제 등이 폭넓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측이 극도로 신경을 쓰고 있는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를 북한측이 먼저 거론했다는 점은 상징성이 적지 않다. 현재의 협상구도에 대해 북한이 받아들이는 만족도, 더 나아가 어떤 문제도 협의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가 느껴진다.

여기에 비록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메커니즘도 논의할 수 있다는데 뜻을 같이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와 함께 연락사무소 개설 문제에 북한이 다소 소극적으로 나온 대목도 살짝 비틀어보면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 힐 차관보가 말한 대로 “북한이 이런 중간 단계를 원치않고 있다”는 것은 현재의 협상이 급진전될 경우 연락사무소를 건너뛰고 곧바로 수교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북.일 실무회의도 새로운 변수 = 베트남 하노이에서 이날부터 시작된 북.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실무그룹 회의도 관심대상이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여만에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일본인 납북문제’라는 특수현안을 제외하면 양측의 국교정상화 문제를 논의하는 수준높은 공간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제강점 36년에 대한 배상문제와 재일 조선인 대우문제, 북한 미사일 문제 등이 포괄적으로 협의돼야 한다.

특히 북한이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한다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서기로 했을 경우 일본으로부터의 배상금이 이를 위한 중요한 재원이 될 수있다. 배상금 규모로 최소 100억달러 이상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만일 북.미간 양자협상과 6자회담 차원의 비핵화-경제.에너지 지원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경우 일본도 전체 국면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북 지원에 적극 참여하면서 북.일 수교협상의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게 외교가의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하노이 회동은 북.일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는 지를 가늠하는 계기가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접점이 찾아질 경우 이는 전체 한반도 국면의 변화와 맞물려 상당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일정과 전망 = 북.미, 북.일 실무그룹 회의에 이어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은 12일부터 시작되는 주에 중국 베이징에서 ▲한반도 비핵화 ▲경제.에너지 지원 ▲동북아 평화 안보체제 실무그룹회의를 열어 2.13 합의의 주제별 이행방안을 논의한다.

또 이번에 뉴욕에서 회합했던 북한과 미국은 제2차 관계정상화 실무회의를 베이징에서 속개한다.

그리고 19일에는 제6차 6자회담이 열린다. 2.13 합의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6차 회담에서는 핵폐기를 위한 초기이행조치 시한(60일이내)에 북한과 나머지 5개국이 할 구체적인 행동내역을 점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북한의 태도로 볼 때 일단 오는 19일, 나아가 ‘60일 시한’에 해당하는 다음달 14일까지는 협상이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다양한 실무그룹회의와 6자 전체회의가 잇따라 열리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지를 놓고 각국기 고민할 정도로 협상 에너지가 넘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굳건하지 않다. 오는 13일께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활동과정에서 북한과 심각한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한데다 신고대상을 놓고도 북한과 나머지 5개국이 대립할 개연성도 있다.

또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이 극도로 꺼리는 ‘적대시 정책’을 놓고 첨예한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한마디로 신뢰의 토대가 무너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협상국면이 무너질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의장국 중국이 전체 협상틀을 조정하고 있는데다 6개국 어느 일방도 현재의 협상구도를 깨려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현 상황을 볼 때 당분간 협상전망은 밝아 보인다.

이 경우 4월 중순의 6자 외교장관 회동은 물론이고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포함한 미국 고위인사, 그리고 북한측 고위인사의 평양과 워싱턴 방문이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외교가는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6자회담의 틀 밖에서 가동될 한반도 평화체제 포럼이 정식으로 가동되는 상황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는 곧바로 한국전쟁의 공식 종료를 의미하는 종전선언, 나아가 평화협정 체결 등으로 연결되면서 한반도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대형 변수가 될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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