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동북아 외교전..`뜨거운’ 3월 예고

북핵 `2.13합의’를 전후해 달아오른 동북아 정세가 3월의 한반도를 더욱 뜨겁게 달굴 지 주목된다.

톱니바퀴 몇 개가 맞물린 듯 남.북.미 3자를 주축으로 숨가쁘게 돌아가는 각국의 외교 행보는 외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한.미 양국의 고위급이 줄지어 교차 방문하고 다음 달 초에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국 땅을 밟는다. 또 북한은 2.13합의 이후 사실상 첫 행동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방북을 초청했다.

정세를 좌우해온 북.미 양측의 태도를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지만 낙관적으로만 보면 북핵 폐기와 대북 보상, 나아가 한반도 냉전 종식과 동북아 평화를 향해 줄달음질치는 것처럼 해석할 수도 있어 보인다.

이런 모습은 지난 연말연시 때만 해도 상상키 어려웠다.

13개월만인 작년 12월 재개된 제5차 2단계 6자회담이 속개 날짜도 잡지 못한 채 휴회한 직후에 회담 동력의 상실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북.미 양측이 지난 달 16∼18일 베를린에서 만나 1년 넘게 6자회담 진전의 걸림돌이었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풀고 북핵 초기 단계 조치의 밑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급박하게 돌아가는 방문외교의 에너지원은 2.13합의에서 나온다.

2.13합의에는 초기 단계 조치로 우선 5대 실무그룹을 30일 내에 가동하고 60일 내에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폐쇄.봉인 ▲IAEA 사찰관 복귀 ▲모든 핵프로그램 목록 협의 등 3대 조치를, 나머지 5자는 중유 5만t을 북한에 주며 미국과 일본은 대북 양자대화를 개시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합의 이행의 시한을 감안하면 6자의 외교 노력이 2월 하순부터 3월 초중순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 당연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단은 3월19일로 잡힌 제6차 6자회담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흐름으로 미뤄 3월의 관전 포인트는 몇 가지로 추려진다.

김 부상의 방미, 남북장관급회담, 비핵화 및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6차 6자회담 등의 이벤트가 내실을 기할 수 있는지와 초기단계 조치의 행동이 얼마 만큼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는지 여부를 전문가들은 주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대 관심사는 북.미 양자대화.

오는 27일부터 3월2일까지 평양에서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릴 때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2.27∼3.1)과 송민순 외교장관(3.1∼3)이 릴레이식으로 미국에 가고 3월 3∼5일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이 서울에 오지만 하이라이트는 북.미 직접회동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는 사실상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그룹의 가동을 의미한다.

특히 김 부상이 3월 1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할 예정인 만큼 북.미 실무그룹은 시기적으로도 다른 실무그룹에 앞서 열리면서 향후 다른 실무그룹 운영의 시금석이자 차기 6자회담의 풍향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북.미 실무그룹은 경제.에너지 분야나 비핵화 실무그룹과 달리 주로 `북핵 밖’의 문제를 다루지만 2.13합의 도출 과정이나 정치적 파급력에 비춰 다른 실무그룹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김 부상이 뉴욕을 방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어느 정도까지 공감대를 넓혀나갈 것인지가 눈여겨볼 대상이다.

의제는 2.13합의에 나온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대(對)적성국 교역법 종료 문제 등이 꼽힌다. 또 향후 북.미 실무그룹의 운영 방안과 미국이 2.13합의 이후 30일 내에 해결해 주기로 한 BDA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테러지원국 문제의 경우 미 국무부가 매년 4월말 테러보고서를 내면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을 재지정해 왔던 만큼 신속한 해법을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논의 결과에 따라 힐 차관보가 답방하는 형식으로 실무그룹 논의를 이어갈 공산이 크며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 문제를 포함한 특사 교환 방안이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7개월 만에 시동을 거는 남북관계도 주목할 부분이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6자회담과 남북회담을 2개 트랙으로 활용해온 우리 정부가 27일 장관급 회담을 계기로 북핵 해결을 위한 지원사격에 본격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재정 통일장관이 이번 회담 기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할 경우 평화체제 토대 구축에 공을 들여온 참여정부의 태도에 비춰 7년만의 남북 국방장관회담이나 정상회담에 대한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점도 주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3월 중 북한이 초기 조치를 어디까지 취할지도 관심사다.

일단 북한이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의 방북을 초청한 만큼 영변 핵시설을 폐쇄.봉인하고 IAEA 사찰관을 다시 받아들이는 단계로까지 진입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들 행동의 기한은 4월14일까지다.

하지만 시한이 정해지지 않은 핵프로그램 신고나 핵시설 불능화까지 가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어도 4월로 넘어갈 것으로 보는 관측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납치문제로 대치해온 북.일 양측이 관계정상화 실무그룹을 30일 내인 3월15일까지 가동할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6자회담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대북지원에 불참하고 있는 일본의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에너지 실무그룹의 경우 우선 중유 5만t의 분담안을 논의하겠지만 우리 정부가 먼저 부담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한 편이다.

그러나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60일 내에 취해야 하는 `핵프로그램 목록 협의’가 3월에 시작될 경우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를 놓고 마찰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가 하면 북.일 관계 문제가 변수가 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IAEA 사찰관의 활동 범위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일 수 있는데다 북.미 뉴욕회동에서 제재 해제 문제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시각차가 심할 경우 다시 한 번 6자회담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6.15공동선언과 북.미 공동코뮈니케가 발표된 2000년 당시의 정세보다 2007년 봄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000년에는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교차 방문을 거쳐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방북을 약속했다가 무산되면서 극적 장면을 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 비춰 3월은 60일내에 취할 초기 행동의 실천 여부와 6자 외교장관 회담 성사 가능성을 짚는 것은 물론 평화체제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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