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다음날엔 고추장국으로 해정한다

함경북도 OO농장 최 씨. 어제도 포전에서 잠깐의 휴식도 없이 봄철 모내기에 매달렸다. 일을 마치고 몸의 고단함을 술로 달래려고 (판)매대에 앉아 땅콩과 낙지(오징어)를 안주로 농태기(개인이 만든 술)를 거나하게 마셨다. 아내의 깨우는 소리에 겨우 일어난 최 씨, 쓰린 속을 부여잡고 해정국부터 찾았다. 마침 아내가 시래기에 고추장을 넣어 끓인 고추장국을 아침밥상에 올린다.


북한 주민들은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해정(解酲 숙취를 푼다)국을 찾는다. 남한에서 ‘숙취를 푸는 국’이란 뜻의 해장국은 ‘해정국’에서 유래 해 와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로 찾는 해정국은 다르지만 보통 맵고 얼큰한 맛을 좋아한다.


특히 매운 고추로 유명한 양강도나 함경도는 ‘고추장국’이 해정 음식의 대표 메뉴다. 


함경북도 보위부원 출신 탈북자는 “과도한 술로 머리가 아플 때에도 다음날 아침 동태를 넣고 고추장국을 끓여 국물을 마시면 머리가 거뜬해지고 맑아져 해정국으로는 동태고추장(국)이 좋았다”고 말했다.


고추장국에 동태를 넣는 집은 일부 부유층에 국한된다. 현재 장마당에서 동태 한 마리는 4000~6000원에 거래되는데 이는 쌀 2~3kg(5월 현재 쌀1kg 약 2000원)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때문에 하루 장사로 살아가는 주민들은 동태고추장국을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일반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값싸게 판매되는 인조고기를 넣고 고추장국을 끓여 먹는다. 이마저도 없을 경우 쉽게 구할 수 있는 배추나 두부 등을 넣어 끓인다.


막장(된장)으로 국을 끓여 해정을 하는 것도 보편적이다. 막장도 없는 집들은 소금을 넣고 끓인 시래기 국을 먹기도 한다.


양강도 혜산 출신 탈북자는 “시아버님이 술을 좋아하셔서 해정국을 많이 끓여는데 다른 부식물이 없어도 (막)장만 있으면 해결이 된다. 기름을 조금 두르고 양파를 썰어 넣어 볶다가 감자를 잘게 썰어 장과 함께 넣어 끓이면 좋은 해정국이 된다”고 말했다


평양의 경우, 일반적으로 ‘마른 명태국'(북어국)과 시래기를 넣은 된장국을 많이 먹는다. 된장국은 매우 고추를 넣어서 얼얼하게 끊인다. 마른 명태국 역시 고춧가루를 많이 넣는다. 콩나물국 역시 마찬가지다.


탈북여성 1호 박사이자 경인여대 식품영양조리학과 교수인 이애란 박사는 “평양지방에서는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있는 간장국에 풋고추와 나물, 시래기 등으로 국을 끓여 해정국으로 먹는다”고 말했다.


평양 출신 탈북자도 “보통 얼얼하게 끊인 된장국을 많이 먹었다. 별다른 야채 등이 들어가지 않아도 속이 풀어졌다”며 “다만, 돈이 있는 간부들은 꿀물을 타서 마셨다”고 말했다.


한편, 산해진미를 즐기는 김정일의 경우 우럭으로 국물을 낸 해정국을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공유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