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된 ‘리영호’ 노동신문 등에 사진·이름 버젓이








▲리영호 전 북한군 총참모장이 지난 4월 조선인민군창건 80돌 경축 은하수 음악회를 관람하는 모습. 4일 현재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는 그의 사진과 이름이 그대로 게재돼 있다./노동신문 캡처


숙청당한 것으로 알려진 리영호 전 북한군 총참모장의 사진과 이름이 4일까지 노동신문 등 북한 주요 매체에 여전히 게재돼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북한은 당·군·정 고위관리를 숙청한 이후 매체 등에서 대상자의 사진과 이름을 삭제해왔다.


지난 2009년 화폐개혁의 책임으로 숙청된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의 사진과 이름도 모두 삭제돼 현재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주요 매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일례로 2008년 12월 25일자 노동신문은 김정일의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며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장 박남기 동지, 조선로동당 평안남도위원회 책임비서 리태남 동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들인 주규창 동지, 리재일 동지가 동행하였다”고 소개했지만, 수정된 기사에는 박남기의 이름이 빠졌다.


리영호의 경우에도 해임 이후 조선중앙TV 등 기록영화에서 등장 장면이 통째로 편집돼 방영되고 있다. 


하지만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등에는 김일성 사망 18주기 기념음악회참석 등 리영호의 해임 직전 활동소식이 그대로 남아있다. 리영호가 김정일, 김정은과 함께 있는 ‘1호 사진’뿐 아니라 리영호의 단독사진까지 종전대로 게재돼 있다.


북한 매체에 해임되기 전 리영호의 활동소식을 그대로 공개하고 있는 것은 북한 당국이 그의 해임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고위 탈북자(2011년 입국)는 “북한 매체에 특정 인물의 이름과 활동소식 등이 삭제될 때는 반당·반혁명, 종파행위 등의 죄명이 공개한 이후”라고 말했다. 북한은 리영호에 대해 ‘모든 직무에서 전격 해임’이라고 밝혔을 뿐 구체적 혐의나 죄명을 밝히지 않았다.


북한에서는 반당·반혁명분자로 낙인찍히기 전에 해임되는 고위 간부들의 경우 이전 활동내용은 그대로 두고 조선중앙TV나 기록영화 등에서만 관련 자료를 삭제해 왔다. ‘실세’ 최룡해도 해임·철직(1998년)될 당시 기록영화 등에서 사진과 이름이 삭제된 바 있다.


북한 당국은 박남기와 같이 구체적 혐의사실을 밝힌 경우에는 전국적으로 배포된 관련 인쇄물 등을 수거해왔다. 따라서 현재 리영호의 숙청 이유를 명확히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동영상에서 리영호가 들어간 모습을 편집하는 등 리영호의 흔적을 지우려는 경향은 있다”면서도 “아직 노동신문 등에 그의 활동모습이 삭제되지 않은 것을 볼 때 김정은의 후계과정 및 군부에서의 업적 등 정상 참작할 부분이 있어 숙청보다는 징계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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