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속 잠수 김정일, ‘서류활동’ 보도만

북한 각지를 강타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급격히 늘어난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움직임에 대한 북한 언론매체의 보도는 수해가 본격화되기 이전까지 줄이었던 공개시찰 대신 ‘서류 활동’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남북정상회담 개최합의 발표를 전후한 8~9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김정일 위원장의 함경남.북도 및 군부대 시찰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김 위원장의 단천광산기계공장과 함흥영예군인수지일용품공장 등 함남 일대 공장과 군부대 시찰 보도를 끝으로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에 대한 북한 언론매체의 보도는 중단됐다.

김 위원장이 수해로 인해 철로.도로 등이 파손돼 이 시점 이후에도 한동안 함남지역에 머물렀는지 아직 머물고 있는지, 아니면 그 이전에 이미 집중호우 속에 평양으로 귀환했는지 북한 언론보도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신변안전을 위해 시찰 날짜를 밝히지 않고 있어, 지난 13일자 함남일대 시찰 보도는 이미 김 위원장의 평양 귀환 이후 이뤄진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18일 조선중앙통신은 ‘사랑과 헌신으로 이어지는 현지지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7,8월의 폭양과 세찬 비바람도 아랑곳 하지 않고 군부대들과 공장, 농촌을 찾고 있다”며 특히 “8월에 들어와서만도 라남탄광기계연합기업소(8월4일자 보도)..를 비롯한 시찰과 현지지도로 연일 낮과 밤을 이어가시었다”며 사실상 그의 잇단 현지지도 행보를 결산하는 듯한 기사를 내보냈다.

그 이후엔 북한 언론이 매일 수차례 수해와 복구 상황을 전하고, 북한 당국도 남한과 국제기구 등 에 긴급구호를 요청하고 있지만, 현지시찰은 물론 수해나 복구와 관련된 김 위원장의 동향은 전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북한 언론에 보도된 김 위원장의 수해관련 ‘활동’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위로 전문에 사의를 표하는 답전을 21일자로 보냈다고 22일 전해진 게 전부다.

그동안 수해가 확산되고 긴급복구와 구호를 위한 총동원 체제가 되는 상황에서도 이와 관련한 보도에서는 김 위원장이 일절 거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23일 조선중앙방송은 평양화력발전연합기업소의 복구 성과를 전하면서 “우리 기업소안의 일군들과 전력생산자들은 장군님께서 이어가시는 끊임없는 현지지도에 무한히 고무돼 전력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보장하기 위한 투쟁을 힘있게 벌여나가고 있다”는 이 발전소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방송은 이날 평북지역과 함경남.북지역 공장, 협동농장, 발전소 등의 활동을 전하는 다른 보도에서도 “위대한 장군님의 현지지도를 받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현지말씀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등의 문구를 통해 김 위원장을 언급했다.

복구 국면이 되자 김 위원장이 수해 전에 현지지도한 것을 들어 복구와 생산 정상화를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중앙방송은 이날 또 구체적인 날짜를 밝히지 않은 채 김 위원장이 “혁명 과업 수행과 사회와 집단을 위한 일에서 모범을 보인 일꾼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김정일 감사’란 김 위원장이 단위나 개별 주민의 모범사례를 보고받은 자료에 “감사를 보내시오”라는 식의 사인을 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막심한 수해 속에 잠수했던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행보가 언제 다시 보도될 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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