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지원 ‘모니터링’ 돼야 北주민 진짜 돕는 길

▲ 대북 수해 지원을 위한 긴급 물자가 북한으로 운반되고 있다. ⓒ연합

40년 만에 최악이라는 북한 수해 복구 작업에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어지며 구호물자 배분에 대한 모니터링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엔 산하의 구호 단체들이 수해 복구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호주, 러시아, 중국, EU 등이 지원에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미 국무부도 지난달 31일 수해 지원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 내 요원들을 통해 대북 수해 지원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세계식량계획(WFP)은 피해가 가장 극심한 37개 군을 중심으로 긴급 식량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상주 요원 10명이 이 지역을 돌면서 피해 상황과 지원해야 될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WFP 아시아 사무국의 폴 리슬리 대변인은 지난 30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수해 지원에 있어서도 ‘현장접근 없는 지원은 없다’는 WFP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고 밝혔다. 운반과 배급은 북한 당국에서 실시하지만, 현장에서의 배급은 WFP 요원들의 감시하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

그러나 한 외부감사보고서는 최근 WFP의 북한 내 현장 접근이 제한돼 있으므로 식량배분 감시를 위한 협장접근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감사보고서는 WFP가 현장답사 일정을 북한 당국에 반드시 사전 통보해야 하고, 답사를 가도 현지 관리의 입회 하에 통역을 거쳐 면담을 하는 점 등을 들어 식량배분 감시 기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WFP측은 “북한 당국이 WFP의 대북사업에 여러 가지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감사보고서가 권고하는 사항을 전적으로 지키는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취로사업 현장에 대한 3회 방문 ▲식량 보관창고에 대한 접근 ▲WFP가 사업하는 북한 내 모든 지역에 대한 접근을 보장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식량 배분 모니터링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북한 당국은 수해가 발생하자 국제 구호단체 요원들을 피해 지역에 초청, 현장을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동안 자국 내 실상을 국제사회에 철저히 은폐해왔던 기존의 모습과는 대비되는 행동이었다. 이는 그만큼 이번 수해가 북한 전역에 극심한 상처를 남겼으며, 북한의 자체 인프라만으론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그동안 WFP 등 국제구호단체들의 식량 지원 현장 접근을 제한해왔다. 지원 현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원칙으로 하는 구호 단체들은 몇 년간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수해 지원과 관련, WFP는 북한 당국과 지원 지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현장 감시 요원을 늘리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외부인과 주민들의 접촉이 달가울 수 없는 북한의 입장에서도 지원을 더 얻기 위해서 이번만큼은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제구호단체들은 이 같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대북 지원에 모니터링 체계가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조금 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UNDP 자금 유용 문제 등을 비롯해 그간 대북 지원의 불투명성을 둘러싼 국제적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특히 단일 국가로는 북한에 가장 많이 지원을 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태도도 중요하다. 국제사회가 대북 지원 시스템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만이 조건 없는 지원을 실시한다면 북한의 성실한 태도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현재 우리 정부와 민간 지원 단체들은 수백억원대의 수해 지원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긴급구호’라는 명목하에 모니터링을 전혀 시행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작년 북한 수해 지원에도 총 2천100억원 상당의 구호물자를 지원했지만 이에 대한 모니터링도 전혀 없었다.

대북지원 물자에 대한 투명한 분배를 위해선 ‘모니터링’ 실시가 절대적이다. 수해지원이 긴급을 요하는 게 사실이지만 자연재해에 가장 취약한 사회적 약자층을 위해서도 투명한 분배 확인은 중요하다. 더이상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지원하며 북한의 눈치를 살피는 일이 되풀이 돼선 안 된다.

북한 당국도 분배과정을 공개할 경우 그동안 국제사회로부터 받아온 부정적인 시각을 제고할 수 있으며, 국제 질서에 편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 당국의 결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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