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함경북도 수해 피해지역에 건설된 살림집에 주민 입주가 시작된 가운데, 현지에서 벽체가 채 마르지도 않아 ‘겉만 번지르르한 빛좋은 개살구’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변변한 살림도구 하나 갖춰지지 않은 빈집에 앉아 생계걱정으로 한숨만 쉬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부 두만강지역에서의 주택배정사업과 함께 피해가정들의 입주도 바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주민들은 새집을 배정받은 기쁨보다도 습기 가득한 텅 빈 집에서 당장 겨울나기 걱정으로 고심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외벽과 지붕은 페인트 도색으로 번지르르하지만 정작 방안에 들어서면 변변한 살림도구 하나 없는 텅 빈 집이어서 썰렁하기 그지없다”면서 “아직 채 마르지도 않은 벽체와 방바닥은 온통 습기로 질벅해 자고나면 바닥에 펴놓은 담요까지 푹 젖어, 이 때문에 관절염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정에서 도배를 하고 있지만 워낙 벽체가 젖어 있어 금방 떨어지고 있다”면서 “집집마다 땔감부족으로 벽에는 성에가 하얗게 끼어있어 자고나면 애들은 발가락 동상을 입는다”고 소개했다.
소식통은 또 “요즘 북부지역에는 해가 지면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다”면서 “집집마다 방안습도를 낮추려고 추운날씨에도 종일 문을 열어놓아야 하기 때문에 어린애들은 춥다고 울고불고 야단”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은 살림집 완공 이후 ‘당의 배려’를 선전하는 입주 행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주택이 완공되면 바로 입주를 하게 했던 것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추위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당국의 속내는 ‘1호 행사’(김정은 시찰)가 전혀 예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또한 입주에 맞춰 컬러 TV 등 각종 선물을 줄 것이라는 소문이 나왔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다른 지역 주민에게 이불과 담요 등을 강제로 거둬들여 수해 지역에 공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두만강 건너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겉만 번지르르 하게 지은 심리전 주택’이라고 비난하고 있다”면서 “지역 주민들은 담장도 없이 한곳에 밀집해 지은 새 주택을 가리켜 ‘집단부락’이라 비아냥거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