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에 ‘복구稅’까지 강요”…北주민 이중고

초강력 15호 태풍 ‘볼라벤’은 북한에 큰 상처를 남겼다. 평균 70mm의 폭우와 최고 36m/s의 강풍으로 인해 평양과 황해도 등 대부분 지방에서 옥수수를 비롯한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고, 살림집, 공장기업소, 공공건물 등이 파손됐다.



30일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3명이 숨지고, 3만 2천여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일반 살림집은 물론 110여 동의 공공시설 및 생산건물이 파괴됐고, 6천 8백여 그루의 나무가 쓰러졌으며, 90여 개소 2만 5천 510여㎡의 도로가 파괴됐다.



이에 따라 조만간 국제기구와 민간단체들의 구호활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6,7월 북한의 수해(水害)와 관련,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CERF)은 총 90만 달러를 북한에 긴급 배정했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역시 6개 도(道), 23개 군(郡) 이재민 4만여 명에게 보낼 농업용 비닐, 이불, 위생용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재난구호 긴급기금’ 31만 달러를 마련했다. 우리 정부도 별도로 국제적십자연맹을 통해 10만 달러 규모의 수해지원을 한 상태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이 같은 도움이 일반 주민들의 수해 복구에는 충분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지원에도 북한 당국은 일반 주민들에게 복구 총동원과 세(稅)부담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해복구 명목으로 국가가 거두는 돈은 모두 공공시설 복구에 사용된다. 개인 집 피해는 주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번 ‘볼라벤’으로 인해 북한 지역 가로수와 전봇대 파손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복구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선전물인 구호판, 모자이크 벽화, 현지 교시판, 말씀판 등의 손상도 적지 않아 주민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탈북자들을 보고 있다.



2011년 입국한 신의주 출신 한 탈북자는 ‘볼라벤’ 대응과정을 지켜보며 우리 정부의 비상대책과 대민지원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 군 장병들이 중장비를 앞세워 복구작업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선 “북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신의주가 완전히 물에 잠겼던 상황을 예를 들며 “해군이 처음으로 복구작업에 동원돼 배로 주민들을 대피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군인들이 빈 집들을 돌아다니며 TV와 녹화기 등 값 나가는 가전제품을 훔쳐갔다”고 말했다. 물이 빠지고 집에 돌아온 주민들은 가전제품이 사라진 것을 알고 분노했지만, 해당 지역 간부들은 오히려 ‘생명을 건진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하고 이해하라’며 주민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당시 함흥지역도 큰 피해를 당했는데, 함흥 지역 대학생들은 한달 동안 수업을 중단한 채 복구작업에 동원됐고, 가정 주부들까지 복구현장에 투입됐다.



북한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주민들로부터는 구호물자를 걷는 관행이 있다. 북한 당국은 옥수수, 염장무, 건미역 등 식료품이나 숟가락, 그릇, 담요, 옷가지 등을 주민들에게 종용한다. 각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은 삽, 곡괭이, 들것 등을 지원해야 한다.



‘물 강원도’라고 불리는 강원도 역시 거의 매년 수해가 발생하는 지역이다. 강원도 문천군 출신의 한 탈북자(2011년 5월 입국)는 “매년 거리와 공공건물 복구를 위해 주민들에게 돈을 거두고 강제 노력동원이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수해 상황에 따라 거둬들이는 액수는 다르지만 국가에서 돈 액수에 따라 ‘애국심’을 정치적으로 평가를 하기 때문에 빌려서라도 돈을 바쳐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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