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길 막힌 북한산 대게…中서 헐값 세일

한국에서는 고급 음식으로 취급받는 북한산 대게가 일본과 한국으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몸값’이 폭락했다.

1일 옌지(延吉)시 중심에 위치한 서시장에서는 전날 밤 북한 라진항에서 산채로 직송된 대게가 1㎏에 30위안(약6천100원) 선에서 팔리고 있었다.

서시장에서 판매되는 대게는 1마리 무게가 1.5㎏에 육박하는 대물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고 알을 밴 암게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이 정도 크기를 지닌 영덕대게가 1㎏에 8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는 못하는 헐값이다.

북한산 대게는 주요 수입국이었던 일본이 지난 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10월 핵실험을 이유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착수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한국으로 나가던 물량이 있어 근근이 가격 폭락까지는 면할 수 있었지만 옌지에서 북한산 대게를 취급하던 한국인 사업가들까지 철수하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북한산 대게를 취급한 경험이 있는 교민 사업가 김모씨는 “북한산 대게는 한창 가격이 좋을 때는 북한의 라진항에서 바로 도매상에게 넘겨지는 가격이 1㎏에 5∼6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며 “하지만 현재 옌지에서 팔리는 대게 시세를 근거로 운송비와 이윤을 뺀 라진항 현지가격을 추정하면 대략 2달러 이하로까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한국으로 수출길이 막힌 북한산 대게는 결국 라진항과 가까운 옌지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덕분에 옌지 시민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대게를 맛볼 수 있는 뜻하지 않은 횡재를 누리고 있다. 심지어 옌지에서 발행되는 한 일간지는 최근 이전보다 한결 가격이 ‘착해진’ 대게를 1면 기사로 다뤘을 정도로 북한산 대게는 최근 옌지 시민들 사이에서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서시장에서는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이 한푼이라도 더 싸게 대게를 사보려고 상인을 둘러싸고 흥정을 벌이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대게를 사러 나온 50대 조선족 재중동포 남성은 “한국에도 있어 봤지만 가격이 비싸서 이런 건 먹어보지 못했다”며 등딱지가 갓난아이 머리만한 대게를 한꺼번에 세 마리나 사서 장바구니에 담기도 했다.

대게를 파는 한 상인은 “요즘은 하루에 50마리 정도는 거뜬히 팔려나간다”며 “대게가 한창 출하되는 오는 1∼2월에는 더 많은 물량이 들어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