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주의 사관, 학생들 망친다”

▲ 25일 열린 <교과서포럼>심포지엄 (사진:김인희기자)

제1주제 – 광복과 대한민국 건국과정

전상인 (한림대 교수, 사회학)

현재 고등학교 2~3학년 과정의 선택과목의 하나인 <한국 근현대사>는 모두 6종의 교과서에 기초하여 운영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의 체제와 내용을 분석해 본 결과 많은 사실적 오류와 이념적 편향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한국 근현대사>교과서는 모두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체제를 ‘냉전구도 대 제3세계’라는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나라인 미국과 전체주의, 사회주의의 나라였던 소련이 ‘제국주의’라는 외적 기준에 의해 동일시 내지 동격화 되는 오류가 모든 교과서에서 공히 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소련의 붕괴와 냉전체제의 종식이 전체주의․사회주의 체제 자체의 비효율성에 의한 결과라는 점을 결정적으로 간과하고 있다. ‘제3세계’에 대한 정의 자체도 불명료하고, 특히 냉전붕괴 후 ‘제3세계’ 개념은 시대착오적인 개념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냉전구도와 제3세계라는 이론적 관점 및 분석 틀 자체가 분단의 책임을 미소 양국에게 공히 묻기 보다는 미국에게 더 많이 전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교과서는 한결같이 광복 전후에 건국을 준비한 활동주체로서 임시정부, 조선독립동맹, 그리고 건국동맹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이러한 선정방식의 문제점은 국내 우파그룹이 단순한 친일세력으로 매도되어, 그들의 활동에 대한 신중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승만이나 한민당 그룹의 건국 주체세력으로써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행 교과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결코 바람직한 사회체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줄곧 던지고 있으며, 국제주의나 세계화보다는 민족의 자주와 자립, 그리고 주체에 훨씬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과서들은 광복이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직접 쟁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한다. 따라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한 사실도 중요하지만 일제시기 동안의 독립운동이 해방의 궁극적인 원인이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합국 승리에 의한 광복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의 새로운 국가건설에 “장애”가 되었다는 <금성출판사>의 서술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금성출판사>를 위시한 다른 교과서들은 모스크바 3상 회담의 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왜곡 전달됨으로써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의 예정된 올바른 진로가 차질을 빚게 되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특히 <금성출판사>는 모스크바 3상회의 결과를 ‘총체적으로 찬성’한 좌익계의 판단을 긍정하면서, 신탁통치라는 일부 조항만 보고 모스크바 3상회의 전체 내용을 거부한 우익계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모스크바 3상회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한 미국 나름의 노력이 재평가되는 것과 더불어 미군정의 공과(功過)도 객관적으로 재평가되어야 한다. 물론 미군정의 정책에 과오와 오류가 없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친일세력을 의도적으로 비호하거나 사회개혁 프로그램을 일부러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미군정 당국이 일제 시대 한국인 관리를 재등용한 것은 일종의 ‘기능주의적’ 해결로 보아야 한다. 또한 미군정은 스스로 가장 익숙한 사회운영 원리, 곧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남한통치에 도입했을 뿐이었다.

끝으로 미국과 이승만에 의한 단정수립을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평가하는 것도 옳은 처사가 아니다. 우선 냉전체제의 역사적 붕괴와 오늘날 북한체제의 참상을 감안할 경우, 이승만의 단정수립 계획은 혜안(慧眼) 혹은 예지(叡智)의 결실이다. 둘째, 이승만의 구상은 영원한 단정이 아니라 통일 준비를 위한 단정 우선이었다. 셋째, 1945년 8월의 대한민국 수립과 9월의 조선인민공화국 선포를 놓고 분단체제 형성의 선후(先後)와 책임을 따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것은 둘 다 분단국가로 가는 마지막 통과의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현행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교과서 문제는 내부적으로는 감상적 민족주의의 범람, 외부적으로는 수정주의 역사관의 파급에 의해 야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현대사에 관련된 수정주의는 통상적인 진보․좌파적 시각을 넘어 친북․주사와 가깝다는데 특징이 있다. 정주의는 통상적인 진보․좌파적 시각을 넘어 친북, 주사(主思)와 가깝다는데 특징이 있다. ‘한국형’ 수정주의가 친북․주사적 속성을 갖게 되는 일차적인 원인은 송두율 식의 이른바 ‘내재적 접근’이다. 말하자면 북한을 내재적으로 접근할 경우 그것의 반한․친북 바이어스(bias)는 예고된 결론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되어야 할까? 첫째, 국사 교육에 관한 한 제7차 교육과정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왜 근․현대사가 국사로부터 분리되어야 하는지, 그것은 왜 필수가 아니고 선택인지, 또한 그것을 위한 교과서는 왜 국정이 아니고 검정인지, 그리고 검정 교과서라면 검 방식이 과연 공정하고 합리적인지 등에 관한 총체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둘째, 현대사 연구와 관련하여 국사학계 스스로 이념의 과잉에서 벗어나려는 노력과 비교사적 안목을 취하려는 개방적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 한국 근․현대사 분야에 대한 학제적(學際的) 접근은 최대한 장려되어야 한다. 특히 청소년 대상 교과서 출판과 관련하여 국사학계가 저술, 검정, 출판 등의 과정을 사실상 독점하는 체제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

제2주제 – 북한 역사 전개과정과 남북관계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 정치학)

햇볕정책 실시 이후 특히 남북정상회담 이후 부쩍 강조된 이른바 ‘통일교육’은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정신세계를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들 중에서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시킨 대한민국 역사에 대해서는 가급적 어두운 구석을 부각시키는 자해행위를 하고 있는 반면에, 외국의 공산주의자들조차도 수치스러워 하는 북한의 수령 전체주의에 대해서는 전혀 그 문제점을 묻지 않는 지극히 불균형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대한민국 역사에 대해서는 ‘자학사관’(自虐史觀)으로, 북한 역사에 대해서는 ‘내재적 접근’(內在的 接近)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6종의 교과서는 모두 북한 문제를 현대사 4개장 중의 1개장으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변화와 평화통일의 과제’(금성출판사) 또는 ‘통일정책과 평화통일의 과제’(기타 5종)라는 제목부터가 객관적이지 못하다. 북한의 실상에 대한 서술(금성 9쪽, 기타 5종 평균 4.2쪽)보다 통일에 대한 서술(금성 12쪽, 기타 5종 평균 11.2쪽)이 압도적으로 많아 史實에 대한 파악을 기초로 해야 할 역사교육이 가치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변질되고 있다. 북한의 실상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평화통일이 앞당겨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혼란을 조성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근현대사 교과서 6종 모두 목차구성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북한의 실상에 대한 부족한 서술 중에서도 북한체제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기보다 북한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파악하여 평화통일로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요컨대 북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알리겠다는 의지 자체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그 중 정도가 가장 심한 <금성교과서>는 북한의 교육선택과 직업선택의 자유가 없는 현실은 외면한 체 북한 당국의 선전자료를 그대로 믿고, 마치 북한의 학생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처럼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

또한 수령전체주의, 부자세습, 경제위기, 선군정치, 식량난 등 북한 이해를 위한 핵심적인 사안들에 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핵문제에 대해서도 “막대한 군사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북한은 1990년대 전반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국제적 의심을 받았다”라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있다.

<금성교과서는> 또 6․25전쟁과 남북분단에 대해서도 수정주의 사관으로 일관되게 규명하고 있다. 6․25전쟁은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기반으로 남한을 공산화하기 위해 일으킨 무력 침략전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 지도자 모두 무력정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고, 무력을 동원한 전쟁까지도 서슴치 않은 미소진영대결의 결과물이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또한, 소련점령군과 김일성이 공산정권 수립을 치밀하게 추진해, 북한에서만이라도 공산정권을 세우자고 한 것에 대해서도 좌익세력은 분단을 원치 않았는데 남쪽에서 단독정부가 수립되자 어쩔 수 없이 북한을 건국한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한민국의 역사를 자학사관으로, 북한을 내재적 접근법으로 인식하는 교육계 인사들이 문제인 것일까? 중요한 것은 이를 단지 그릇된 이념의 문제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교과서 집필은 경제적 이권과 직결된다. 따라서 뚜렷한 소신이 결여된, 시류에 영합하기 좋아하는 사대, 교대 교수들이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시행된 통일지향적 교육지침과 야합한 결과가 오늘날의 교과서라 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이념과 이권의 기묘한 결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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