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양강도 국경 지역에서 한 일가족이 국경경비대 군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탈북하는 일이 벌어진 가운데, 사건이 발생한 김형직군에 강도 높은 통제와 단속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주민들이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주민이 군대에 약을 먹이고 중국으로 도망친 사건으로 국경에 군민 접촉 차단하라는 방침이 포치됐는데, 그것 때문에 앞으로 한겨울에 김형직군 주민들이 압록강으로 물을 길으러 갈 때 군대가 나가서 서 있지 말고 초소에서 살피다가 낌새가 나타나면 바로 총을 쏘라는 명령이 떨어져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전했다.
북한은 앞서 김형직군에서 발생한 일가족 탈북 사건 직후 국경 주민들에게 군인을 절대 집에 들이지 말며, 군인과는 말도 섞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탈북한 일가족이 평소 사택을 자주 드나들던 친분 있는 군인에게 수면제를 탄 음식을 건네고 그가 잠든 틈을 타 강을 건넌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인과 주민 간의 만남을 일절 금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건이 발생한 김형직군에서도 군민 접촉이 엄격히 차단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최근 더욱 삼엄한 국경 경비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주민들이 두려움을 나타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수도 시설이 열악한 김형직군의 주민들은 압록강물이 흘러들어오는 골짜기에서 매일 아침과 저녁 정해진 시간에 돌아가며 물을 길어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강이 얼어붙어 물줄기가 마르는 추운 겨울에는 강가까지 나가 압록강 한복판에 구멍을 뚫고 물을 길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소식통은 “후창(김형직군의 옛 이름) 포평장마당 옆 직선거리로 쭉 나가면 압록강 물을 길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며 “그런데 겨울을 대비해서 갑자기 강변에 초소를 늘리고 조준경이 달린 소총을 배치하라는 명령이 내려와 주민들이 공포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현지 주민들은 겨울철 압록강에 물을 길으러 갈 때마다 국경을 경비하는 군인의 밀착 관리를 받아왔는데, 일가족 탈북 사건으로 군민 접촉 차단 지시가 내려지면서 국경경비대는 밀착 관리 대신 강변에 초소를 증강하고 초소에서 망원경으로 주민들을 감시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고 한다.
특히 경비대는 밀착 관리하는 군인이 없는 상태에서 주민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해당 구역의 초소마다 저격 소총을 공급해 수상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즉시 실탄을 사격하도록 지시한 상태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 얘기를 들은 주민들은 물을 길으러 나갔다가 잘못 움직이면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면서 무서워하고 있고, 혹시라도 사고가 생길 수 있으니 한겨울에는 아이들을 물을 긷는 곳에 데리고 나가지 말자는 말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일가족 탈북 사건 이후 김형직군에는 보위부가 갑자기 주민 살림집에 들이쳐 불시 검열을 벌이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명목상 숙박검열이지만, 사실상 사택에 군인을 들이는 일을 단속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보위부는 초저녁이나 한밤중에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데 안 열면 무조건 문제 있는 집이라고 생각하고 들이친다”며 “원래는 검열 때 인민반장을 대동하나 보위부는 인민반장들도 다 한통속이라고 보고 인민반장들 없이 검열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달 말 김형직군의 한 여성 주민은 군민 접촉 금지 지시를 어기고 국경경비대 분대장(병장 계급)을 집에 들였다가 검열에 걸려 문제시됐다는 전언이다. 이후 이 주민은 3개월 단련대 처벌을 받았으며, 해당 주민 집에 들른 군인 역시 군 보위부 감방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식통은 “주민들은 이렇게 검열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라면서 들키지만 말자는 입장”며 “국경은 군과 사민이 결합해야 밥을 벌어 먹고살 수 있는 구조기 때문에 아예 군민 접촉을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을 주민들이 더 잘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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