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기고도 질긴 암세포의 증식(增殖)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말이다.
1984년 미국의 첩보위성 KH-11이 영변에 건설중이던 5MW급 원자로에서 ‘뭔가 수상하다’는 영상정보를 수집한 후 2009년 4월 5일까지 25년이 지났다. 흔히 하는 말로 벌써 ‘4반 세기’가 흘렀다.
그 4반 세기 동안 북한은 1993-94년 1차 북핵위기와 제네바 합의, 1998년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2002년 10월 2차 북핵문제 촉발, 2006년 7발의 미사일 실험과 10월 9일 지하 핵실험, 그리고 엊그제 ‘광명성 2호’라고 주장한 대포동 2호 발사까지. 정말 독하게 질긴 핵과 미사일 증식을 계속해왔다.
핵과 미사일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이란성 쌍둥이’ 대량파괴무기다. 이번에 대포동 2호가 실패했다고 하지만 실패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김정일 정권은 미사일 사거리를 충분히 늘였고 앞으로 미국에 도달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성공, 핵실험의 완전한 성공까지 가려 할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팩트(fact)만 열거해놓은 북한의 핵· 미사일 관련 일지(日誌)만 챙겨봐도 김정일 정권이 무엇을 하려는지 답은 명백하게 나온다.
북한에 전체주의 수령독재정권이 지속되는 한 핵과 미사일의 단위는 계속 높아질 것이다. 그럴수록 생계에 허덕이는 인민들의 신음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수령독재정권의 핵, 미사일 개발 소리가 높아질수록 백성들의 원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비유하여 ‘핵성고처원성고(核聲高處怨聲高)’다.
그동안 북한이 핵, 미사일 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26억 달러 정도라고 한다. 이번 대포동 2호 발사에 쓴 비용만 3억 달러다. 3억 달러라면 지난해 여름 기준 국제가격으로 쌀 100만t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쌀 100만t과 강냉이를 섞어 먹는다면 지난해 곡물 수확량을 합쳐 적어도 1년동안은 끼니를 건너뛰는 주민들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추운 겨울날 갈 곳 없는 꽃제비들이 서로 부둥켜 안고 잠을 자다 얼어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4월 들어 눈이 녹으면 겨우내 눈속에 파묻혀 얼어죽은 나이 어린 꽃제비들의 앙상한 몸뚱아리도 햇볕에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도 김정일은 3억달러를 들여 장거리 미사일을 쏜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2300만 인민들이야 굶어죽든지 말든지 ‘핵포기 불가, 개혁개방 불가’를 외치며 수령독재만 지키면 된다는 것이다.
몸에 비유하자면 지금 한반도 전체에서 가장 큰 암 덩어리는 김정일 정권이다. 2300만 북한 주민이 아니다. 김정일 정권은 몸 전체 암세포 증식의 수뇌부다. 이 암세포 수뇌부는 먼저 주민들을 1차 인질로 잡아두고 있다. 그 다음 2차로 남한에 암세포를 증식시켜 놓았다.
“광명성 2호 인공위성 발사를 축하한다”며 성명을 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실천연대), 범민련 남측본부를 비롯하여, 민노당· 민주노총· 전교조 중 종북주의자들이 김정일 정권으로부터 확실히 암세포가 전이된 경우다. 때문에 이들의 귀에는 한시라도 빨리 개혁개방해야 한다는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암세포 수뇌부의 노예가 된 지 이미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북한정권의 핵, 미사일 개발을 제재해왔다. 1, 2차 북핵 위기와 지하 핵실험, 대포동 1,2호 발사 등 암세포의 급작스런 증식활동이 있을 때마다 유엔과 한미일, 유럽 등은 끊임없이 강온 양면의 주사약을 놓아왔다. 5일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게 됐다”고 비난하면서,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으로 규정했다. 유엔에서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제재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는 큰 효력을 나타내지 못했다. 중국이 협조해주지 않는데다 북한 같은 폐쇄국가에 경제제재를 해봐야 별로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유엔과 한미일은 김정일 수령독재정권만을 정밀 겨냥하여 때리는 ‘핀 포인트 스트라이크(pin point strike)’ 제재 방식으로 확실히 전환해야 한다. 대북제재에서 어쩔 수 없이 북한주민들도 포함되니까 제재에 한계가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김정일 정권만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유럽 금융당국이 김정일의 가족용 호화요트 구입대금 2천만 달러(약 280억원)를 차압한 것은 좋은 본보기다. 이번 유럽 금융당국의 요트 대금 차압은 2005년 9월 북한의 BDA(방코델타아시아) 위조달러 세탁 사건 이후 미국이 지속적으로 북한의 불법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 이번에 타이밍을 맞춰 유럽 금융당국이 올린 개가가 아닌가 싶다.
또 민간 대북방송은 북한 뉴스를 사실대로 방송하는 것 자체가 주민들에게 큰 힘을 주고, 김정일 정권에게는 타격이 된다. 특히 이번 ‘광명성 2호 궤도 진입 실패’ 뉴스를 계속 방송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주민들에게는 매일매일 화제가 되는 ‘뉴스’라는 게 거의 없다. 따라서 “북한 선전매체의 인공위성 발사 성공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사실보도는 김정일 수령주의 정권을 겨냥해서 때리는 매우 중요한 ‘대북제재’다.
김정일 정권을 겨냥한 제재는 크게 세 가지 전략적 방향이 있다.
첫째,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등 북한의 군사분야에 대한 포괄적인 압박이다.
둘째, 김정일의 수령독재 통치자금을 죄어들어가는 것이다. 김정일 개인 돈줄죄기다. 사실 북한에 들어가는 달러는 거의 대부분이 주민들의 경제(시장)활동을 넓히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 개인독재자금으로 흘러들어간다. 국제사회는 여기에 주목해서 김정일의 돈줄을 말리는(乾燥) 제재에 주목해야 한다.
셋째, 김정일 정권의 실패를 북한주민들에게 사실대로 알려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상, 정치, 경제, 군사, 국제관계, 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가 포괄된다. 대북방송은 ‘선전’(propaganda)을 할 필요가 없다. 진실보도 자체가 주민들에게는 가장 큰 힘과 교양이 된다. 또 좋은 음악, 좋은 드라마-라디오 드라마도 좋다-를 많이 보급하고, 특히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뉴스를 북한 주민들이 서로 알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암세포의 전이를 막는 방법은 진통제를 주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암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지난 햇볕정책 실패의 근본원인은 “김정일 정권을 도와주면 개혁개방으로 나오겠지”라는 ‘진단 오류’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암덩어리를 수술할 생각은 않고 김정일 정권에 경제지원이라는 진통제를 놓아주었다. 그 결과 김정일 정권은 핵, 미사일 개발에 더 힘을 얻게 됐다.
의사들도 수준 차이가 있다. 명의(名醫)가 있고, 그 다음 전문의가 있고, 맨 아래 돌팔이가 있다. 북한 전문가들도 이와 비슷한 레벨이 존재한다. 햇볕정책 실패의 80% 정도는 김대중 씨 등 ‘행동하는 욕심’의 정치인들과 일부 돌팔이 전문가들의 공동 책임이다.
북한문제에서 보수적 시각-진보적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북한문제의 본질을 누가 더 정확하게 보며, 누가 덜 정확하게 보느냐는 차이가 더 근본적이다. 이같은 차이는 종국적으로 대북정책 수행에서 ‘돈-노력-시간 대비 효과’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결국 대북정책 수행에서 국민세금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문가 레벨이 가려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이른바 ‘진보’라는 허위간판 뒤에 숨어서 북한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 정치인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스스로 맹성(猛省)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국민세금 절약에 기여하는 것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