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에게 토끼 고기와 가죽 바치는 ‘노예’

▲ 토끼 기르는 북한 농장원들 ⓒ연합

북한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토끼 사육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노동자와 농민은 물론, 학생들까지 일인당 일년에 토끼가죽 4장을 국가에 바쳐야 한다는 방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방침이 내려진 이후, 북한은 일부 일반 농장을 토끼 목장으로 바꾸었다. 토끼 목장 시설을 만드는 데 군부대까지 동원했다. 평양의 경우, 평양시 외곽에 있는 강동군, 승호구역, 강남군, 상원군 등지에 토끼 목장이 건설되었다. 대략 한 개 마을에 7~8개의 토끼 목장이 생겼다고 하다.

개인은 각자 집에서 토끼를 사육해 국가에 바쳐야 하는 데, 시간이 없어 토끼를 사육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장마당에서 토끼 가죽을 구입하여 국가에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장마당에서 800원 하던 토끼 가죽이 4000~5000원까지 폭등했다는 소식이다.

북한 주민이 국가에 바쳐야 하는 물품이 토끼 가죽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와 농민 한 사람이 일년에 수령에게 바치는 진상품은 사금(沙金) 0.35g, 개가죽(4인 일조 당 1개, 장당 18000~20000원), 토끼 가죽 4장, 돼지고기(한 세대당 35kg), 강냉이 10kg 등이 있다.

‘꿩사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강냉이 10kg는 김정일이 먹을 고기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사료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꿩사료’를 ‘1호 사료’라고도 한다. 북한 주민들에게 개인별로 강제 할당된, 사금이나, 각종 동물 가죽, 사료, 고기 등은 국가에 내는 세금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김정일 수령 개인에게 바치는 진상품(進上品)이다.

토지와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생산물은 본질적으로 왕의 소유라는 것이 중세 사회를 지배하던 소유관념이었다. 백성도 원리적으로는 왕의 소유였다. 이와 같은 중세의 소유관념은 그 시대의 윤리와 법의 뿌리였고, 따라서 왕이 백성들에게 가장 진귀한 물건을 진상 받는 것은 세상만물에 대한 소유권자의 당연한 권리였다.

계급사회가 무너지고 민주주의 사회가 시작되면서 진상품은 사라졌다. 국가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공동의 주인인 개인이 국가 공동체의 운영을 위해 내는 비용, 즉 세금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런데, 신분과 계급이 사라졌다고 스스로 자랑하는 북한 사회에는 아직도 ‘진상품’이 남아 있다. 자기 자식에게 먹일 고기도 없는 사람들이 수령에게 고기와 가죽을 바쳐야 하는 ‘왕의 노예’가 남아 있다.

북한 사회에 하루 빨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도입되어, 북한 주민이 김정일 수령의 개인 소유물에서 벗어나 국가와 자기 운명의 당당한 주인으로 거듭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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