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내전 조짐, 원인은 어디에?

▲ <사진:HumanRightsWatch>

아프리카의 거대한 가난의 땅 수단이 심상치 않다. 현대의 인류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인류 이성의 참혹한 만행 제노사이드(집단 학살)가 또다시 재현되려 하는가. 극도의 불안감이 감도는 가운데 수단의 소요 사태가 순식간에 커져가고 있다.

수단은 21년간에 걸친 내전으로 약 2백만 명이 목숨을 잃고 약 4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였으며 올해 1월 가까스로 평화 협상이 성립되어 어렵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또다시 촉발된 정파간 유혈사태로 사나흘만에 적어도 130 여명이 사망하고 8백 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정국은 극도의 혼란에 휩싸였다.

이번 사태는 다름 아닌 반군 지도자 출신의 부통령 존 가랑이 31일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사망하면서 발생하였다. 사망한 가랑 부통령은 수단인민해방군(SPLM)을 이끌었으며 정부군과의 기나긴 내전을 마침내 종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오마르 알 바시르 현 대통령과의 통합 정부에 부통령으로 참여하였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가랑 부통령은 우간다 방문에서 귀국하다 참변을 당했는데 그를 지지하는 남부 주민들은 정부의 음모 때문이라며 즉각 들고 일어났으며 오마르 현 대통령은 악천후로 인한 단순사고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소식이 전해지자 남부 출신의 청년들이 북부출신의 이슬람교인들에게 돌을 던지거나 차량을 전복하며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였고 상황이 악화되자 정부는 긴급 경계령을 선포하고 정부군의 발포권을 행사함으로써 사망자가 속출하게 되었다.

다르푸르 사태가 촉발

영국과 이집트의 지배로부터 1956년 1월 수단공화국은 정식 독립하였다. 독립 후에도 수단은 세 가지 문제로 홍역이 식지 않았다.

첫째, 북부 아랍 강대국 이집트의 지속적인 간섭이었는데 이것은 수백년에 걸친 지배권 다툼으로서 독립 후에도 빈번한 무력 충돌을 빚어야 했다. 둘째, 인구 75%를 점하고 있는 이슬람 종파간 세력 다툼으로서 그들간의 정권 투쟁은 빈번한 쿠데타를 야기하였다. 셋째, 수단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남부 흑인들(햄계 니트로인)과의 역사적 반목이었다.

니트로인들은 수단인민해방군(SPLN)을 조직하여 반정부 무장투쟁을 전개하였고 그 양상은 내전으로 치달았다. 원래 수단의 다수 인구를 차지하는 아랍계는 역사적으로 이주해 온 민족이었으며 니트로인들은 토착민으로서 자신들의 거주 지역을 분리 독립시켜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주변 세력까지 가세하였는데 이집트는 수단 정부를 지원하였으며 리비아와 에티오피아는 니트로 반군을 지원하였던 것이다.

21년간의 내전으로 2백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참상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이렇다 할 관심을 끌지 못하던 수단사태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은 2003년의 다르푸르 사태 때문이었다.

정부의 지원을 받은 북부 아랍계 민간 군사 단체인 ‘잔자위드’는 흑인들에 대한 ‘인종 청소’만이 아랍 무슬림의 공화국 지배를 보장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사로잡힌 나머지 서부 다르푸르 지역의 반군 마을을 습격해 살인, 강도와 부녀자 강간 등 반인륜적 만행을 저지르며 약 20만 명에 달하는 집단 학살을 자행하고 1백50만 명의 난민을 발생케 한 것이었다.

이에 세계 인권 단체들은 거세게 비난하면서 미국을 움직였으며 그제서야 미국은 유엔의 적극 개입을 유도하였던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수단 정부로 하여금 다르푸르 사태의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잔자위드’의 공격을 중단시키지 않는 다면 전적인 생명줄인 석유 산업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압력을 행사하였으며 아프리카연합(AU) 또한 그간의 방관적 태도에서 병력을 파병하는 등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평화협정 바탕, 국제사회 개입해야

2년 여에 걸친 평화 협상은 마침내 올해 1월 9일 평화협정 서명을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평화협정의 내용은 첫째, 아랍계 대통령과 흑인계 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통합 정부 하에 남부 3개 주에 대해 6년간 자치권을 부여하고 6년 뒤 독립 여부를 국민 투표에 부친다.

둘째, 남부 유전지대를 중심으로 한 석유생산의 분배를 북부와 남부 50:50 으로 대등하게 한다. 그 외 중앙 공무원 구성 비율 70:30, 이슬람 정권이 강행한 이슬람법의 시행 여부는 의회 구성 후 결정한다. 6년 뒤 통합 군대 운영 등 소위 연방국가적 대안들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수단 내전의 재연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만큼 미국과 유엔, 아프리카 연합은 평화협정 체결 당시와 같이 신속하고도 강력한 개입력으로 사태를 진정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더구나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에도 다르푸르에서는 성폭력과 학대와 학살이 지속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던 사실을 기억하여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국제사회가 책임있는 역할을 하자면 사태의 진화와 해결 국면만이 아닌, 완전한 평화 안정을 위한 철저하고도 계속적인 감시와 지원이 절실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불거진 사태를 기화로 석유를 둘러싼 강대국간 이권 다툼의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존 가랑의 지원을 받아 남부 블록바에 석유 개발권을 확보했던 영국 기업에 대해, 내전 당시 수단 정부로부터 이권을 약속받은 바 있는 프랑스 기업 간의 이권 다툼이 치열해지며 정국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수단의 석유가 사활적 자원인 상황을 이용해 분쟁을 격화시켜 가며 이득을 보려는 책동과 그에 놀아나는 정치 세력의 준동은 결코 용납될 수 없을 것이다.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잊지 말아야

소요 사태가 순식간에 격화된 가운데 다행스러운 것은 SPLM 의 지도부가 가능한 신속히 모임을 갖고 후계자를 선출하면서 사태의 제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조직의 2인자 살바 키르를 후계자로 선출하며 부통령에 취임할 것을 발표함과 아울러 가랑 부통령이 체결한 평화 협정을 준수할 것이며 국민들에게 평정심을 찾을 것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더 이상 무자비한 발포를 중지해야 할 것이다. 이미 격분에 휩싸인 국민들은 마치도 그 지옥 같은 내전의 상흔을 다 잊은 듯 흥분 상태로 치닫고 있다. 더 이상의 소요와 인명 살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반군측은 공히 이성을 찾고 진실로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수단 다르푸르에서 자행된 인류의 비극적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를 인류는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인류 진보의 양보할 수없는 징표에 대한 극단적 도전이면서 참을 수 없는 인류적 고통이자 비극이기 때문이다. 다시 ‘비극’ 앞에 눈물 흘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종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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