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우파’ 새 물결 위해 피와 땀과 눈물 흘려야

BBK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61% 정도로 나왔는데도 이명박 후보는 500만표 이상의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이것은 한 마디로 한국 좌파의 헤게모니 상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좌파의 쇠락과 우파의 역전세(勢)를 한국의 우파가 과연 제대로 소화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좌파는 이번 대선(大選)을 계기로 일단은 풍비박산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공백을 메울 우파는 새로운 시대를 감당할 만한 지적(知的) 도덕적, 문화적 태세가 되어 있는가?

지적인 상황을 살펴볼 때, 한국 우파의 지적 사유(思惟)의 내용이 무엇인지부터가 우선 불투명하다. 그저 쉬운 말로 ‘시장 경제’라고 말하지만, 그것 한마디로 한국 보수주의, 자유주의의 가치론적 이상을 충분히 수렴해 줄 수 있을지는 어쩐지 간(肝)에 기별이 가지 않는다. 적어도 영국의 대처나 프랑스의 사르코지, 독일의 메르켈 정도의 우파적 카리스마라도 확립돼 있으면 좋으련만, 지금으로서는 그저 ‘BBK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니, 약간은 안타까운 노릇이다.

도덕적 측면에서는 어떤가? 거대기업들과 관련한 반복적인 ‘진실 게임’에서 보듯, 한국의 지배 엘리트는 여전히 노블레스 오블리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 죽어가고 있는 좌파는 이것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20%의 ‘고약한 가진자’와 80%의 ‘선량한 못가진자’의 대결로 우리 사회를 몰아가려 하고 있다. 한국의 ‘보수’가 이런 덫에서 계속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우파 집권은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좌파의 대대적인 반격에 직면할 수 있다.

문화 인프라는 또 어떤가? 지금은 경제가 하도 다급해서 누가 ‘돈줄은 바로 여기있다!’ 하고 외치면 모두 다 우~ 하고 몰려가는 판이다. 물론 나무랄 수 없는 세태다. 그러나, 너무 그렇게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만 이야기 하다 보니 한국 ‘보수’는 문화, 예술, 학술, 영상, 출판, 포탈 등 ‘두뇌와 심장’ 분야에서 좌파에게 일패도지(一敗塗地)로 밀리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유권자의 다수파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심정으로 ‘경제 대통령’을 자임한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그러나 막상 집권하고 나서 한나라당이 지저분한 지분 싸움에 몰입하는 그 순간부터 한국 정치는 걷잡을 수 없는 폭풍 속으로 휩쓸려 갈지도 모른다. 좌파의 조직적인 사보타지, 집권 세력 내부의 이전투구(泥田鬪狗),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는 우파 진영의 지적, 도덕적, 문화적 리더십의 결핍 등이 합쳐, 그들의 10년만의 ‘성공’은 이내 ‘성공의 하중(荷重)’에 짓눌려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이래서 중요한 것이 지성(知性), 도덕성, 문화 인프라의 문제다. 우파 나름의 업데이트 된 철학과 세계관, 깨끗한 사회로 가는 규범문화, 고품격 문화비전을 확립해야 할 것이란 이야기다. 지성이란, 얼치기 수구좌파의 궤변에 노출된 청소년들에게 그때그때 월등한 대안적 담론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우파 진영의 인문 교양의 역량이다. 도덕성이란 ‘보수는 검찰과 폭로자들의 밥’이라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자정(自淨)의 능력이다. 그리고 문화 인프라란 ‘그놈의 헌법’다른 것은 깽판 쳐도 ‘별놈의 보수’ ‘구겨 버렸다’ ‘쪽 팔렸다 아입니꺼?’ 운운 하는 ‘좌파 천민주의’를 제압할 미학적 역량이다.

이와 함께, 주류사회의 성골(聖骨) 진골(眞骨) 출신이면서도 설령 김정일이 내려온다 해도 여전히 예쁘게 보이려고 생글거릴 얌체 보수, 항상 남이 대신 싸워주기만 바라는 공짜 보수, ‘보수’로 살면서도 ‘보수’ 아닌 것처럼 보이려고 멋(?) 부리는 기교파 보수 등, 바로 ‘보수 자격이 없는 보수’ ‘보수를 해치는 보수’도 함께 극복해야 한다. 그리하여 수구좌파와 ‘오렌지 보수’를 다같이 뛰어 넘는 ‘쇄신 우파’의 새 물살을 만들어내기 위해 ‘진지한 우파’는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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