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선 칼럼] 흑금성 활동은 ‘공작’과는 거리가 멀다

사진 출처 : 영화 공작, 제작 (주)사나이픽처스, (주)영화사 월광, 배급 CJ 엔터테인먼트

최근 흑금성 활동을 픽션으로 “공작”이라는 영화가 나와 사실 관계가 어떤지 세간에 관심이 높다. 각 언론사는 일반영화와는 다른 한국판 첩보 영화라는 점에 흑금성에 대한 직접 인터뷰 등 각종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사업을 다루었던 핸들러(handler)로서 지나치게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본다.

흑금성은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현 국가정보원)가 90년대에 박채서 씨를 일시 고용, 대북수집활동 임무를 부여하면서 흑금성이라고 명명하였다. 공작기관들은 많은 에이전트가 있어 얼른 기억하기 좋으라고 이와 같이 이름을 붙인다.

일반적으로 비밀 공작활동은 공작을 핸드링하는 핸들러와 공작관이 있고 여기에 고용되어 활동하는 공작원이 있다. 흑금성의 경우는 공작원, 즉 에이전트로 채용되어 4년 정도 활동하였다. 채용기간 중 대북활동은 미미한 정도였으며 다만 그가 97년 대선 당시 대북 수익사업인 광고업체 아자 커뮤니케이션을 운영하면서 중국 베이징(北京)이나 평양에서 북한 요원들을 만나 한국 선거정국에 관한 대응 정도를 파악하는 부분이 있어 관심을 가진 정도다.

대북 공작활동은 북한 심층부의 동향과 남북 전쟁 발발에 대비한 조기경보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다. 흑금성 본인은 97년 대선 기간 중 북한 보위부 소속 북측 지도원인 ‘이철’이라는 인물을 접선해 우리 정치권에 대한 북측 동향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였다.

공작원에 채용되는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채용되면 조직에 충성하고 보안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기본적 임무다. 하지만 흑금성은 채용 후 국내 정치권 접촉과 개인 사업에 치중하여 공작관이 통제하기 어려웠던 인물로 기억된다. 흑금성은 동료인 박기영 씨와 공동으로 아자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광고 회사를 설립하여 북한의 명승지 등을 촬영, 국내 광고대상업체 및 방송사와 연결하여 광고 사업을 하는 데 더 집중하였다.

당시 북한은 외화부족과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보위부뿐만 아니라 대남사업부, 대외경제 사업부, 심지어 황장엽 씨가 재직하였던 김일성종합대학 등 각 기관이 자급자족 형식으로 외화벌이를 하면서 남측인사들을 만나 달러를 유인하는 사업에 올인 하였다. 북한공작기관은 여기에 편승하여 대선 당시 베이징에 캠핀스키 호텔이나 장성호텔에 나와 남측인사들을 만났다. 이들은 여당과 야당인사 그리고 유력 재미교포들을 집중적으로 만나면서 남한 대선정국 동향을 파악하였다. 만나는 북한 인물 중에는 ‘이철’이라는 가명을 쓴 인물들이 많았다. 물론 그들이 소속을 실제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가장신분을 대곤 했다.

흑금성은 보위부 소속 이철이나 강덕순을 통해 당시 국내 선거정국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온 이회창, 김대중, 이인제 후보에 대한 북측의 입장과 동향을 파악하였지만 공작원이라는 신분을 망각하고 국내 정치권에 선을 대 대북 활동에서 나오는 북측의 기도와 첩보를 김대중 후보 진영인 국민회의측 선거대책 본부 인물들에 제공하는 등 공작 일탈(逸脫)을 하였다.

핸들러나 공작관 입장에서 사업을 계속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특히 당시 군사분계선에서 북측이 남측에 총을 쏴 안보적긴장을 조성해 선거에 여당에 유리하게 해 달라는 총풍은 청와대 A비서관이 기획시도했으나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당시 안기부와는 전혀 무관하다.

영화에서 김정일을 만났다는 부분도 공작본부에 전혀 보고되지 않아 인정하기 어렵다. 흑금성은 자신이 안기부에 서기관급 공작원으로 채용되었다고 하는데 공작원은 성과 실적을 중시하는 것이지 직급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 흑금성이 북한에 우리 작전계획이나 야전교범을 북측에 제공한 것에 대해 변호사 등이 나와 법률적으로 그의 간첩활동을 부정하는 듯한 모습도 비친다. 다만 북한의 경우는 일반 인민학교나 고등 중학교 교재도 비밀에 준해 배포선까지 찍어서 관리한다. 이에 비해 이는 지나치게 법리적 관점에만 치중하는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기만 하다.

흑금성이 모 학군단 교관으로 있다가 정보사로 전입, 한미 합동공작에 종사하는 등 자신의 과거 활동을 밝혔지만 정보사 흑금성의 국군 정보사 옛 동료들은 공작관으로 근무한 것은 짦은 기간이라 전문성의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대북공작 기본원칙에 비추어 흑금성의 활동을 공작으로 보기에는 거리가 멀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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