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6·12 미북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하지만 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 태도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태도를 보였다. 회담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실질적인 비핵화에 대해선 결코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북한의 태도여하에 따라 판을 엎을 수도 있다는 경고 섞인 보도가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지 등에서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 관리들은 김정은이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 보다 터프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차 회담을 한 이후 태도를 바꿨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 3월 김정은이 갑작스럽게 중국은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당혹해했다고 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에서 화를 냈는데 중국 정부는 사전에 김정은의 방문을 백악관에 알리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최근에 북한은 미북회담을 앞두고 대미비난을 강화하면서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최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문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기간 조미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턴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 되었던 과거사를 망각하고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요 뭐요 하는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조미(북미)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관계 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는 식으로 비난했다.
또한 북한은 최근 내부 매체를 동원하여 비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볼튼은 그동안 못된 짓을 저질러 ‘인간쓰레기’ ‘피에 주린 흡혈귀’ ‘흉측한 인간’”으로 매도하고 있다. 협상을 앞둔 당사자라고 보기 어려운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4·27 남북 정상회담 때 직접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핵실험장을 5월 중 폐쇄하고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초청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전문가는 물론 우리기자를 빼놓았다가 느닷없이 한미정상회담이 끝나자 우리 기자단의 방북을 허용했다. 명백한 갈지자 행보다.
과거 남북 기본합의서나 9·19합의, 2·13합의는 헌신짝 차버린 그들의 태도를 차치하더라도 판문점선언 이후 북한의 모습에서 이들을 믿고 무슨 협상이 될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지난 5월 16일 이미 합의한 남북 고위 회담에서도 개시 10시간 전에 무기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북한은 진행 중이던 한미 연례 공중 훈련과 태영호 전 공사 발언 등을 트집 잡았다. 과거 그들이 전형적으로 보여주었던 태도로 회담을 깬 것이다. 그러나 한미 훈련은 지난 3월 김정은이 정상회담 합의차 방북(訪北)한 한국 특사단에 ‘예년 수준이라면 이해한다’고 했던 사한이다. 우리 정부는 북을 자극할까 봐 B-52 폭격기가 오는 것까지 막았다. 그런데도 북한은 또 일방적으로 남북 고위회담을 무산시켰다.
또한 판문점 선언에서 ‘8·15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행사 준비는커녕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 북송(北送)과 이산가족 상봉을 사실상 연계하고 있어 기대와는 멀어지고 있다. 결국 상봉 행사를 안 하겠다는 소리로 비인도적인 그들의 실체를 재차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방북해 억류된 미국인을 본토로 데려왔지만, 북한은 우리 국민 송환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또한 6·15 정상회담 행사를 같이 치르기로 했으나 남측 관계자에게 초청장을 보내주지 않아 예정된 방북이 무산되기도 했다.
또한 우리 정부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통일부 장관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대한 우리 기자단 방북 무산이 “유감스럽다”면서도 “비핵화 초기 조치인 풍계리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은 주목한다”고 했다. 여기에 청와대 관계자도 “북한의 태도에 대해 우리가 좀 이해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모두 북한의 비위 맞추는 말만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시진핑-김정은과 2차에 걸친 정상회담 후 수출입재개, 인력 송출 허용 등 북한에 뒷문을 열어주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어 제재가 허술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종합해 보면 미북정상회담이 성사된다고 할지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 가능성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의 성과를 내기 위한 움직임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북한 비핵화와 정상국가화 유도에 대한 정확한 원칙부터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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