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박의춘 화기애애한 상견례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의 2일 마닐라 회동은 모처럼만에 찾아온 `6자회담의 봄’을 실감케 할 만큼 화기애애했다.

지난 해 12월 외교장관이 된 송 장관과 지난 5월 외무상에 오른 박 외무상은 이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장인 필리핀 국제컨벤션센터(PICC)내 한 양자 회의실에서 정식으로 첫 인사를 했다.

두 사람 모두 외교무대에서 30년 안팎의 경력을 자랑하지만 얼굴을 마주한 것 자체가 이날이 처음이었다.

남북이 다 회원국인 ARF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한 남북 외교장관 회담은 2000년대 들어 전통으로 자리잡았지만 지난해는 북한 미사일 발사와 그에 따른 남측의 대북 쌀.비료지원 유보 등 곡절 속에 열리지 못했다.

당시 장관이던 반기문 현 유엔 사무총장과 고인이 된 백남순 전 외무상의 뒤를 이어 장관에 오른 두 사람의 이날 회동에서는 초면의 어색함 보다는 정겨움이 짙게 뭍어났다.

현지시간 오후 3시45분부터 시작된 회담을 앞두고 송 장관은 ARF 전체회의에서 입었던 필리핀식 캐주얼 의상을 벗고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연장자인 박 외무상을 기다렸다.

회담에 앞서 송 장관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남북 외교장관이 만나는데 당연히 분위기가 좋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국인 인질 21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상황임을 감안, 송 장관은 이번 회의 내내 안면 근육의 긴장을 풀지 못했지만 박 외무상을 기다리는 동안은 가끔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회담장에 들어선 박 외무상은 캐주얼 의상을 입은 채 특유의 소박한 미소로 송 장관과 반갑게 악수했다. 송 장관이 “옷을 그대로 입고 오셨네요”라고 인사하자 박 외무상은 “호텔에 갔다 올 수 가 없어 옷을 그냥 입고 왔다”며 웃었다.

두 사람은 당초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겨 약 45분간 대화를 나눴다. 상견례 자리인 만큼 앞으로 잘해보자는 취지의 대화가 주를 이뤘고 세세한 협의 보다는 큰 그림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고 배석했던 당국자는 전했다.

배석한 북측 정성일 국제기구국 부국장은 “분위기가 참 좋았다”면서 “두 장관이 인사하고 안면을 트고 북남관계에서 협력할 것이 많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또한 박 외무상은 한국인 피랍사태와 관련해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자리에는 남측의 박인국 다자외교실장과 임성남 북핵외교 기획단장, 여승배 장관 보좌관과 북측 정성일 부국장 등이 배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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