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지식공간’에는 ‘사람’이 없다

91년 노동신문에 실린 송씨와 김일성 사진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독일로 돌아갔던 송두율씨가 <서울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1월 5일자에는 ‘통일공간, 한반도의 꿈’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칼럼에 나타난 송씨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송씨는 ‘메이드 인 개성’ ‘통일원년’ ‘통일공간’등의 남북통일의 범주에 들어가는 개념들을 나열하며 자칭 ‘경계인’으로서 관전평(觀戰評)을 적고 있다. 이른바 남과 북이 그동안 각자 구성해온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공간개념들이 서로 다르니까 그 차이를 찾아보고 이해하면서 통일의 꿈을 진행시켜가자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평범하게 들리는 이야기다. 그러나 송씨의 논리 전개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다. 그가 말하는 ‘통일공간’에는 ‘누가 만들어가는 것이며 무엇이 담길 것인가’ 라는 핵심 문제가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통일을 논하기 앞서 북한인민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야

현실의 남과 북은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면서 하나의 공동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상대적 관계가 아니다. 상대성(相對性)이란 일반성(一般性)의 공통점이 확보되어야 성립하는 성질이다. 남과 북은 ‘상대적 관계’라는 수사(修辭)가 무색할 만큼 자유, 민주주의, 경제력등에서 심각한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잘 살고 못 사는 생활수준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회구성원들이 해당사회에서 주인으로 살아가는가 아니면 해당사회에서 노예처럼 살아가는가의 문제에서부터 극단적인 차이를 갖는다는 것이다.

남과 북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바로 “인권”이다. 따라서 경제적 차이, 정치제도의 차이보다 우선적으로 해결 되야 하는 것이 심각한 인권수준의 차이를 극복하는 일이다.

송씨는 개성에서 만들어진 냄비가 한국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정치 퍼포먼스에 박수 치기전에, 동시간의 북한인민들은 자신의 시간과 공간 개념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송씨가 유럽의 복지국가 독일 땅에서 이 글을 읽는 동안 북한인민들은 어떻게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라.

현재 북한인민들이 겪고 있는 기아와 빈곤, 독재의 억압은 그 자체도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이 상황을 21세기에 겪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느껴지는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다. 만약 타임머신이 있어서 북한인민들이 로마시대의 노예가 된다면 아마도 지금의 상황을 감사해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날 전세계 대부분 국가의 사람들이 최소한의 먹고 살 권리와 정치사상의 자유를 누리고 살고 있다. 더군다나 20세기 발전상(發展相)의 총체가 바로 남녘땅에 있다. 송씨의 개념대로라면 이시대 가장 불행한 사람은 북녘 동포들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송씨가 非양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수 차례 방북하여 북한사회를 직접 목격하였고, 북한당국의 정치권력자들과도 잘 알고 있으며, 북한에 대해 일정한 소속감도 있으면서도, 북한인민들의 현실과 고통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하고 함구하며, 북한의 권력자들을 미화하려는 태도 때문이다. 아마도 송씨는 끝까지 북한정권의 치부를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정권의 치부를 지적하려면 그것을 옹호하고 방관했던 자신의 과거마저 시인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동시대의 가치를 나누는 것이 진정한 공유

서울의 젊은이들이 가장 즐겨 찾는 약속장소 중에 “공간을 채우는 사랑”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참으로 따뜻한 이름이다. 북한인민들을 위해 우리가 채워가야 할 사랑은 무엇인가? 남한 사람들이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노력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송씨의 표현처럼 ‘집단적 기억’은 그 사회의 꿈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남한사람들이 성취해온 ‘꿈”을 북한인민들에게도 나누어줘야 하지 않을까?

과거 자연인 송씨가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는지, 대남사업 간첩이었는지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우리는 여전히 그가 ‘독일 뮌스터大 사회학 교수’라는 직함을 내걸고 ‘지식인’으로 행세 하며 내뱉는 ‘왜곡과 오해’로부터 우리사회가 고수해야 할 ‘진실과 정의’를 지켜내고 싶을 뿐이다.

박인호 기획실장park@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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