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美化 ‘경계도시2’…北 ‘내재적접근론’ 답습

‘경계도시2’가 18일 개봉됐다. 37년만의 귀환으로 대한민국 한복판에 ‘간첩’ 논란을 일으킨 송두율 독일 뮌스턴대 교수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영화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선정한 ‘2009 올해의 독립영화상’ 수상작인 ‘경계도시2’는 1970년대 독일 유학 중 반체제 활동으로 입국이 금지됐던 송 교수의 2003년 귀향과 이후 그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좌우 이념대립,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폐해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2002년 ‘경계도시1’에 이어 7년 만에 ‘경계도시2’를 내놓은 홍형숙 감독은 영화 속 내레이션을 통해 송 교수의 ‘아픔과 고뇌’를 되짚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객들의 눈에는 ‘송두율 사태의 불편한 진실을 비켜간 영화’로 비쳐졌다. 결국 이 영화는 ‘송두율의, 송두율에 의한, 송두율을 위한’ 영화일 뿐이다.    


영화 전반엔 ‘송두율 교수는 좌우이념이라는 폭풍에 휘말려 스스로 경계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감독의 시각이 투영돼 있다. 홍 감독은 내레이션을 통해 “우리 사회가 송 교수를 어느 곳에도 설수 없는 경계인으로 만들었다”며 송 교수가 이념대립의 ‘희생양’임을 줄곧 강조했다.


홍 감독은 송 교수의 이념적 전향을 확신했다. 때문에 ‘유약한 학자’ 송두율은 분단의 역사와 국가보안법, 좌우의 이데올로기, 보수와 진보의 권력투쟁, 기득권에 종속된 언론의 광기와 레드컴플렉스 앞에서 무너졌다는 회고가 가능했다. 


홍 감독은 “검찰은 철학자의 머릿속을 뒤졌고 원고 측 증인들은 그의 학문에 붉은 색을 입혔으며, 국가보안법은 송 교수를 낱낱이 해부해 놓았다”며 “학문과 사상의 자유, 양심과 표현의 자유, 그동안 한국사회가 성취했다고 믿었던 민주주의의 초석들은 송 교수의 법정에서 허상일 뿐”이라고 영화에서 주장했다.


홍 감독의 송두율 미화(美化)가 계속된 104분은 기자에겐 불편한 시간이었다. 간첩으로 몰렸다가 법정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학자로서 그가 이념의 광풍에 휘말렸다는 주장이 일면 설득력을 갖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 존재했던 그의 친북(親北) 행적 전체를 덮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 송 교수는 지난 1973년 북한공작원에게 포섭돼 입북해 조선노동당에 가입한 이후 북한의 대남공작원으로 활동해 왔다. 1974년 독일에선 친북단체인 ‘민주사회건설협의회’를 결성해 초대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1991년엔 북한 사회과학원 초청으로 방북해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강의하고,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에는 장의위원(서열23위 등재) 자격으로 장례식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역임한 황장엽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1998년 발간된 ‘북한의 허위와 진실'(시대정신)이라는 책을 통해 송 교수가 ‘김철수라는 가명을 쓴 정치국후보위원’이었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송 교수의 대북한 인식은 전형적인 내재적 접근론이다. 외부의 시각이 아닌 북한 내부의 시각으로 보면 수령독재도, 핵무기 개발도, 공개처형도 다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 정권의 입장을 미화한 시각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가 주창한 ‘내재적접근법’은 시민운동 세력과 좌파학자들에게 북한의 진실, 즉 김정일 독재와 처참한 인권상황 등을 외면해도 된다는 ‘면죄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1988년 “북한 사회를 평가하려면 북한사회 내부의 내재적 요구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는 ‘내재적 접근법’을 주장해 북한정권의 정책이나 인권문제 등은 북한사회의 특수성에 기반을 두어 평가해야 한다는 논리를 형성했다.


송 교수는 나아가 “내가 아는 김정일 위원장은 그렇게 쩨쩨하거나 남의 뒤통수를 치는 사람이 아니다”, “두뇌회전이 빠르고 스케일이 큰 사람, 인물이다” 는 말로 치켜세웠다. 


다큐영화는 사실을 토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때문에 홍 감독의 의도대로 학자로서 송두율 교수를 재조명하기 위해서는 그의 행적이 북한 내외에 미친 영향, 그리고 그것이 결국 북한 주민을 억압하는 김정일 정권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도 검토했어야 했다. 


송두율 사태의 진정한 희생자는 송두율이 아니라 북한 주민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