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햇볕 계승론’…승부수 띄우기?

▲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 <사진=동아시아미래재단>

“햇볕정책은 폐기가 아니라 계승 발전시켜야 할 정책이다.” (2007.2.8.기자간담회)

“지금은 북한에게 나쁜 짓을 했다면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줄 때다. 금강산 관광은 중지돼야 한다.” (2006.10.18.북한 핵실험 직후)

“북한을 압박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다. 북한에 대한 협력이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06.6.4. ‘남북공동 모내기’ 기자간담회)

“나는 DJ정권 시절부터 햇볕정책을 지지했다. 열차타고 평양가고 싶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염원이 반드시 이뤄지길 바란다.” (2006.1.20. 전남 장성)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이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은 현명치 못하다. 한국 정부에 ‘왜 북한인권문제에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느냐’고 지적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2005.12.27. 경기도 지사 재임 당시 인터뷰)

지난 8일 손학규 전 지사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발전해야한다”는 발언이 한나라당 내에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손 전 지사의 이같은 주장은 햇볕정책은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해온 한나라당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따라서 당내 대선주자로서의 정체성 적합 여부에 대한 검증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손 전 지사가 주요 대선주자라는 점을 감안해 “당내 스펙트럼이 넓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말을 아꼈지만, 보수 성향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손 의원의 발언을 집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부터 북한과의 교류협력 정책을 꾸준히 주장해왔었다. 그는 북한을 압박하는 정책은 효과적이지 않다며,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미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발언도 스스럼 없이 해오던 그였지만, 당내 대선후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은 가급적 삼가했었다.

특히 지난해 10월 북한 핵실험 이후에는 “핵개발은 북한이 결국 죽음의 길로 들어서는 길”이라며 금강산 관광 중단 등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해왔었다.

그랬던 손 전 지사가 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햇볕정책 계승론’을 꺼내들었다. 한나라당 빅3 주자들이 잇따라 외교·안보 정책을 발표하는 시점과 맞물려 묘한 교차점이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손 전 지사의 이번 주장은 그의 대북정책 방향을 사실상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손 전 지사의 이러한 행보는 한나라당 정통 보수 세력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중도세력의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북유화책을 전면에 들고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실망은 크지만, 그렇다고 수구·보수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한 한나라당을 지지하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여론을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에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나, 실용주의적 입장을 내세우는 이명박 전 시장과의 차별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지지율 면에서 이 전 시장이나 박 전 대표에게 크게 뒤져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두 후보와 겹치지 않는 지지층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했을 수도 있다.

한편, 손 전 지사가 고 건 전 시장의 대선 도전 포기 이후 범여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오고 있다는 점도 민감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햇볕정책 계승론’이 사실상 여당의 대북정책과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9일 CBS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주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은 6.6%에 머물렀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지층(2.4%)보다 열린우리당 지지층(11.1%)으로부터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는 묘한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손 전 지사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