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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범여권 대선후보들이 ‘포스트 정운찬’ 자리를 두고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인물은 범여권 후보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치권에서는 정 전 총장 낙마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한다.
손 전 지사는 지난달 30일 ‘선진평화포럼’ 공식 발족 이후 1일 광주를 방문한 데 이어 2일 대구, 3일 부산을 방문해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색깔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또한 범여권의 잠재적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한 본격적인 세(勢)몰이도 겸하고 있다.
광주를 방문한 손 전 지사는 “나는 학생운동으로 시작해 민주화 재야운동으로 젊음을 바쳤다”면서 “열린당 김근태 전 의장, 장영달 원내대표와도 학생운동을 같이 했다. 민주주의 성지인 광주에서 선진평화의 미래를 창조할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했다. 세계화 전도사가 민주투사로 복귀한 뉘앙스다.
대구에서는 “대구∙경북을 흔히 TK라고 부르는데 ‘TK=한나라당’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며 “이런 편협한 지역주의 틀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구와 광주가 손 잡고 통합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DJ 햇볕정책 계승자’임을 공공연히 설파하며 범여권에 ‘연착륙’을 시도했던 손 전 지사가 본격적인 여권 지지표 흡수에 나선 모습이다. 한나라당 출신이 아닌 진보적 성향의 이미지를 적극 부각시키면서 ‘반 한나라당’ 지지층 형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손 전 지사에 대한 러브콜도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은 2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어려운 결단으로 야당을 나왔는데 충분히 협력하면서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적절한 시점에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양형일 통합신당모임 대변인도 전날 CBS라디오에 출연, “도로 열린우리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도개혁통합신당에) 손 전 지사의 참여는 상당한 의미”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의 주가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 정운찬 하차의 최대 수혜자라는 지적도 들을만 하다. 이는 정운찬이 사라진 마당에 손학규까지 팽당하면 희망이 없다는 여권의 다급함이 반영돼 있다.
그러나 손 전 지사가 갈 길은 너무 멀어 보인다. 기존 정당의 지지기반이 일천한 손 전 지사에게는 굳건한 지지층 확보가 우선이다. 한나라당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여권 지지표와 비 한나라 중도표 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의 견제, 열린우리당의 제각각 행보에 쉽지 않은 형국이다. 기득권을 가진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등과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보따리 장수’라는 극단적인 비아냥까지 들었던 손 전 지사가 노 대통령과의 골을 매우고 햇볕정책의 계승자로 DJ의 후광을 입기 위해 어떤 승부수를 던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