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당내 보수세력 ‘상호주의’는 北 봉쇄 의미”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사진)가 ‘햇볕정책 계승론’에 이어 당내 대북 강경 세력을 ‘수구 보수세력’이라 지칭하며 ‘상호주의’ 원칙마저 비판해 논란이 예상된다.

손 전 지사는 12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햇볕정책과 상호주의 중 어느 쪽이냐는 질문에 “두부 모 가르듯이 가르는 것이 크게 유효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에서 소위 수구적,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분들이 얘기하는 상호주의는 한마디로 북한에 대해서 포용보다는 봉쇄를 하고 고립시키자는 의미가 더 강하다”며 “그러나 우리는 북한을 끊임없이 국제사회로 끌어내고, 개방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지원을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여권 후보로서 지지율이 올라가니까 좀더 유연성에 강조점을 둔 것 아니냐는 평가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내가 발언하고 실천해 온 것을 봐야 한다”며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을 당시부터 공개적으로 햇볕정책을 지지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내 역할은 한나라당을 바꿔나가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냉전세력이라든지 수구세력이라든지 이런 낙인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며 “선진화 개혁세력, 평화세력으로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는 햇볕정책 계승론이 한나라당 당론에 배치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한나라당 당론이라는 것이 대북지원을 안하고 대북 경제협력을 안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북한이 개혁개방을 해야 앞으로 남북통일의 장기적인 기반을 튼튼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입장은 일단 핵 문제가 해결되고, 그 이후에 남북관계는 상호주의에 입각해서 서로 주고받아야 된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6자회담이 북경에서 거의 타결과정으로 가고 있지 않느냐”고 답했다.

손 전 지사는 “회담은 최종적으로 북핵의 폐기 절차에 대해서 논의하고, 그 다음에 북한에 대한 지원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면서 “북한에 대한 지원은 한국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게 되는데, 북한의 경제재건 계획이나 경제교류 협력 계획에 대해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이니셔티브를 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야지 앞으로 북한이 경재개발계획으로 나갈 때 북한의 몫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것을 선점하자고 하는 것이 지금 얘기하는 대북포용정책 또 햇볕정책에 대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점론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 전 대통령은 화해와 협력을 통해 한국의 경제적 이득을 강조했고, 이를 추진하지 않을 경우 중국이 들어가 북한을 빼앗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는 6자회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생각을 바꾸겠냐는 질문에 “북한에 대한 장기적인 대북포용론을 계속 끝까지 갖고 가야 한다”고 답했다.

손 전 지사는 또 “햇볕정책 지지 입장은 일관된 소신”이라며, 자신의 ‘햇볕정책 계승론’을 비판한 동아일보 사설에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동아일보 김학준 발행인에게’라는 공개편지 형식의 글에서 “귀 신문의 지난 10일자 사설은 `손 전 지사가 갑자기 햇볕정책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 여론 지지도가 뒤지는 상황에서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안간힘’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저의 진의를 왜곡하고 발언의 취지를 폄훼하는 것으로 유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