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라도 잡아봤으면…”

“전쟁통에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보게 되니 죽은 사람이 살아 온 것만 같아.”

이종녀(75.여), 종년(65.여) 씨 자매는 24일 오후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화상상봉장에서 꿈속에서도 한 번 못 만났다는 북측의 둘째 종갑(72.여) 씨를 반백년 만에 화면으로 만났다.

세 자매는 서로 모습을 처음 봤을 때는 말조차 안 나오는 듯 ‘아이구, 아이구’만 연발하다 눈물을 닦아내고야 대화를 시작했다.

“일순(종녀의 아명)언니야요? 나 일남(종갑의 아명)이야요. 인사를 드립네다.”
종갑 씨가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자 남측의 셋째 종년 씨도 “나도 동생인데 인사 좀 드리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네 사진을 보고 정말 나를 보는 줄 알았어. 어머니가 너 살아 있는지 알아보려고 무당집에 다니셨는데 살아계셨다면 좋았을 것을…”
상봉 전 한적으로부터 종갑 씨 사진을 전해 받은 종녀 씨는 세월이 흐르니 동생 모습이 자신과 그렇게 똑같을 수 없다고 말한 뒤 고인이 된 부모 소식도 함께 전했다.

종갑 씨의 아들(38)도 “저희도 사진을 미리 봤는데 큰이모님(종녀)인 줄 단박에 알아봤습네다”라고 답했다.

“옛날에 이불 속에서 언니, 오빠한테 `가갸거겨’ 배웠던 기억이 나요.”
오빠에 대한 옛 추억을 되새기는 종갑 씨에게 종녀 씨는 오빠 종택 씨가 일흔의 나이도 넘기지 못한 채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종녀, 종년 씨는 한국전쟁 당시 서울 독립문 근처에서 혼자 살다 소식이 끊긴 종갑 씨가 어떻게 북에 가게 됐는지 궁금해했지만 `의용군에 입대했다’는 답변을 들은 뒤 더 묻지는 못했다.

통일이 되지 않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각자의 집 위치를 꼼꼼히 물어보던 세 자매는 “직접 만나 손이라도 잡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이렇게라도 보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아쉬운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날 한적 경기지사에서는 종녀 씨 자매를 포함해 모두 네 가족이 화상으로 상봉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