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드는 北인권잡지 ‘좋은 이웃’

▲’좋은 이웃’ 창간호. 탈북자 장한길 군이 중국 은신처에서 남긴 편지 등이 담겨져 있다


“반세기가 넘도록 잊혀진 얼굴들…
우리의 얼굴들 입니다.
정든 고향을 등지고 낯선 나라를 떠도는…
(그들은) 우리의 또 다른 얼굴들입니다.” (좋은 이웃 창간호 중)

2001년 장길수 가족을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UNHCR(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사무소에 진입시켜 국제사회에 탈북자 문제를 이슈화시킨 장본인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문국한 씨.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다 추방당한 이후 북한인권 사진전시회를 열어왔던 그가 <좋은 이웃>이라는 새 잡지를 창간하면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좋은 이웃>은 문씨가 전시회에서 외부에 공개한 북한인권 관련 사진과 엽서, 탈북자들이 직접 제작한 그림과 종이학, 편지 등이 게재될 예정이다.

특히, 길수와 그의 형 한길이가 중국에서 숨어지내며 북한 내의 처참한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한 그림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잡지는 이러한 사진과 편지를 직접 오려 붙여 만든 수제(手製) 잡지다.

<좋은 이웃>의 재료는 파지와 폐신문이다. 문씨는 “폐신문과 잡지에 북한인권 관련 사진을 오려 붙였다. 한번 읽고 잊혀지는 폐신문을 이용, 북한 주민을 잊지 말아달라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좋은 이웃’ 북한 실상 있는 그대로 알려

▲문국한 씨의 작업실

<좋은 이웃>은 3월 1일 창간 준비호를 선보였다. 문 씨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면서 “젊은 대학생, 중년 아주머니, 노인 등 세대를 초월해 ‘가슴이 뭉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문 씨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속도도 늦고 출판 양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첫 ‘작품’에 대한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 주셔서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더 열심히 책을 만들어 온 세상에 알리라는 채찍이라고 생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좋은 이웃> 제작에는 문씨와, 그의 부인, 그리고 대학생 등 자원봉사자 3명만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손으로 풀칠을 해가며 창간준비호 3000부를 직접 만들었다.

현재는 4월 본 창간호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 창간호에는 특별히 장길수 가족이 2001년 중국에서 접은 50만 마리의 종이학 중 한 마리씩을 독자들에게 선물로 제공할 예정이다.

1996년부터 사재를 털어 탈북자 구출을 해온 문 씨는 현재도 재정의 어려움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는 “북한인권의 현실을 아는 사람, 아닌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가만있지 못한다”며 발행 이유를 설명했다.

“친북단체들이 말하는 北인권 상황은 거짓말”

지난 22일부터 브뤼셀에서는 제 3회 북한인권대회가 열렸다. 문 씨는 당초 이 행사에도 참석할 계획을 세웠다.

“브뤼셀에서 사진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장소 사정으로 아쉽게 취소됐다”면서도 “북한인권문제가 유럽과 세계에 알려지는 것은 뜻 깊은 행사”라고 말했다.

문 씨는 브뤼셀에서 북한인권대회 저지시위를 벌인 원정대들의 무지에 일침을 가했다.

“친북단체들이 북한인권 실상을 안다고 하는데 그건 거짓말이다. 안다고 해야 남의 이야기 듣고 거짓 정보를 사실이라고 이야기한다. 브뤼셀에 파견된 시위원정대가 북한 실상을 알면 그런 일은 못할 것이다. 친북단체들이 오해와 착각, 무지한 것이 문제이지 알면 그렇게 못한다”

앞으로 <좋은 이웃>은 국내 입국한 탈북자들의 이야기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그들이 목숨 걸고 탈북한 이유를 잡지에서 들려줄 생각이다. 탈북자들의 절규를 알아야 우리가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문씨의 주장이다.

문 씨는 “북한이라는 거대한 감옥에 갇혀서 굶어죽고 맞아죽는 2천 3백만 우리들의 형제자매를 구할 때까지 이 일을 계속 할 것이다”고 밝혔다.

<좋은 이웃>은 매월 1회 발간되며 가격은 2천원이다. 구독 문의 (032) 612-5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