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훤히 보이는 김정일의 ‘4대 꼼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일이 최근 북한을 방문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 핵무기 보유를 직접 시인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정일은 6자회담 복귀의 조건으로 △미국에 의한 안전보장 △대등한 자격의 협의 약속 △신뢰할 수 있는 조건 제시 △북한을 압제국가로 규정한 명백한 이유 설명 등 4대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정말로 이러한 조건을 내걸었는지, 각 조건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하나씩 살펴보자.

“속 훤히 보이는 김정일의 꼼수”

첫째, 미국에 의한 안전보장.
‘주체의 국가’ 북한이 줄곧 ‘미국에 의한’ 안전보장을 주장하는 것은 세계적 불가사의다. 북한식 표현대로 한다면 “조선의 안전은 조선 스스로 지키는 것이지 어느 누가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 지금껏 북한은 미국이 안전을 보장해줘서 존재해 왔던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또한 그동안 ‘다자 틀 내 공동문서 보장’ ‘2+4 안전보장 방안’ 등 다양한 안전보장책을 제시했음에도, 이를 스스로 걷어차면서 비현실적 주장만을 되풀이 한 쪽은 다름아닌 북한이다. 그래서 지금껏 북한은 ‘핵보유를 위한 시간끌기’를 해왔다는 의심을 받아 마땅하며, 북한의 ‘안전보장’이라는 주장 역시 엄살에 불과하다.

둘째, 대등한 자격의 협의 약속.
이른바 ‘2차 북핵위기’ 이후 지금까지 한번의 북-중-미간 3자회담이 있었고 남-북-미-중-일-러간 5자회담이 세 차례 있었으며, 두 차례의 실무그룹 회의까지 열렸다. 지금껏 북한 핵문제를 객관화 하면서 주변국들끼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만 논의한 것이 아니라 북한을 회담의 주체로 인정하고 여러 차례 회의가 진행된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대등한’ 자격이 필요한가? 그동안 회담장에서 북한을 홀시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셋째, 신뢰할 수 있을만한 조건 제기.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조건’이라는 것이 6자회담 복귀를 위한 또 다른 조건을 제시하라는 것인지, 핵포기에 대한 대가를 신뢰할 수 있도록 먼저 제시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정황으로 보건대 전자에 가깝다.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다시 회담장으로 들어가기 위한 조건을 제시하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이 어디 있나.

이런 식으로 나가면 ‘6자회담 복귀를 위한 회담’, ‘6자회담 복귀를 위한 회담을 위한 회담’이 등장하고 그때마다 북한은 조건을 제시할 셈인가. 이것을 살라미(salami) 전략이라 불러주는 것조차 너무 점잖다.

넷째, 북한을 압제국가로 규정한 명백한 이유 설명.
김정일 스스로 잘 알고 있을 텐데 설명할 필요까지 있나. ‘당의 유일사상체계확립의 10대 원칙’만으로도 북한은 단순히 압제국가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다.

수령을 위한 수 만개의 조형물을 세워놓고 그에 대한 숭배를 강요하고 있는데 압제국가가 아니고 무엇인가. 자유로운 선거의 자유가 반세기 이상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데 압제국가가 아니고 무엇인가. 수 십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수용소에 가둬놓고 짐승처럼 부리고 있는데 압제국가가 아니고 무엇인가, 공개총살과 영아살해가 만연해 있는데 압제국가가 아니면 무엇인가.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채널을 고정해놓고 이것을 떼어내기만 해도 정치범이 되는 국가가 압제국가가 아니면 또 무엇인가.

시간은 김정일에게 불리하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북한은 즉각 회담장에 나와야 한다. 어떠한 주장을 하더라도 회담장에 나와서 해야 확인이 가능하며 그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 볼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의 6자회담이 공전만을 거듭했다는 듯 선전하고 있지만, 1차 회담은 서로간의 견해를 확인했고 2차 때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기 시작했으며 3차 때는 실무그룹회의까지 마련되는 등 6자회담은 갈수록 성과를 만들어가던 회담이었다. 6자회담의 의미를 애써 깎아 내리며 파행으로 이끈 것은 명백히 북한이다. 이에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아야 할 쪽이 오히려 조건을 제시하고 있으니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 있나.

김정일은 이제 어설픈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여기서 적당히 핵보유국가로서 인정을 받고 어영부영 넘어가고 싶겠지만 당신이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1980년대, 제네바합의로 짭짤한 재미를 봤던 1990년대와 지금의 국제사회는 분명히 다르다.

미국 역시 9.11 이전과 이후가 분명히 다르다. 테러지원국가, 지구상 최악의 독재국가가 핵을 보유하도록 순순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시간과 조건은 결코 당신에게 유리하지 않다. 핵을 완전히 내놓고 다른 생존의 출로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다시 한번 조언한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