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대 세습’ 절차가 예상외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 같은 변화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내부 급변상황 발생 등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아래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내부 변화 기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안팎에는 천안함 사건이 여전히 진행형인 상황에서 북한의 이러한 기류가 북핵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 미칠 파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한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일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북한 내부에 드러나지 않은 사정이 있는 것 같다”면서 “정부 일각에서 북한의 급변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고위 당국자도 이날 “앞으로 북한 내부 상황과 북한 문제를 어떻게 가져가고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서 내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특히 6자회담 등 비핵화를 위한 프로세스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한·미는 ‘김정은 3대 세습’에 대한 공식적은 언급은 아끼면서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방한 중인 성 김 미국 북핵 6자회담 특사와 조찬 회동을 갖고 북한의 당대표자회와 후계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북한의 새 지도부가 비핵화 약속을 이행 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다음 주쯤 방한할 예정이며, 리언 패네타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2일쯤 방한해 이 대통령을 면담, 북한 내부동향과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패네타 국장이 방한해 북한의 권력이양 및 3대 세습 이후의 북한 체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등 대북 정보를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북한의 새 지도부가 꾸려진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미가 북한의 새 지도부의 비핵화의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대화채널을 가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천안함 피격에 대한 사과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북한의 변화를 탐색하기 위한 접촉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접촉이 대화 재개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낙관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특히 한미가 김정은 권력승계 공식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북 내부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향후 북한과의 접촉을 염두 해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 이은 대화 재개를 비롯해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한미 양국의 입장이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한국의 입장에서도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화된 이후 북한과 접촉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6자회담 주요국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4~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제8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는다. 6자회담 재개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