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해체 15년…러시아 정치·경제 안정 회복

오는 21일로 소련이 해체되고 독립국가연합(CIS)이란 국가간 협력체가 탄생한 지 15년을 맞는다.

당시 소련 내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이던 보리스 옐친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반대를 일축하고 1991년 12월 8일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공화국 정상들과 민스크 근교 브레스트에서 만나 CIS 창설을 선언했다.

이어 같은 달 21일 카자흐스탄 수도였던 알마티에서 발트해 연안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과 그루지야를 제외한 옛소련 11개국 정상들이 모여 CIS 창설 협정에 서명하면서 소련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소련의 계승자이자 CIS 주도국인 러시아는 소련 해체 후 10여년 동안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자본주의와 민주화 개혁을 추진하면서 혼란에 휩싸였다.

1993년 10월에는 특히 옐친 당시 대통령과 예고르 가이다르 총리대행의 급진적인 경제, 사회 개혁에 불만을 품은 보수파 의회세력의 무장 저항을 분쇄하는 등 대내적으로 러시아의 진로를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 미국 등 서방 진영의 경제원조가 예상보다 줄면서 친서구 성향의 안드레이 코지레프 외무장관을 전격 경질했으며, 1998년 국제 경제위기로 인해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하는 등 가중된 어려움에 직면했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반대에도 불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동유럽 국가들로 확대되고 러시아와 접한 우크라이나, 그루지야로 진출이 예상되는 등 안보 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다.

1990년대 내내 불안정했던 러시아의 상황을 변화시킨 것은 2000년 1월 1일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등장하면서부터.

푸틴은 집권 한 달 만인 같은 해 2월 체첸 수도인 그로즈니를 함락시키면서 러시아군의 힘을 과시한 데 이어 내정에서도 안정 기반을 마련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오일달러 유입으로 자금이 풍부해지면서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매년 10%에 달했고, 사회기반 시설들을 건설하고 각종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안정기를 구가하게 됐다.

특히 옐친 전 대통령 시절 불투명한 경매방식으로 국가의 자산을 빼돌려 부를 축적한 일부 올리가르흐(과두 재벌)들을 단죄함으로써 서방으로부터 탄압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국민의 인기를 얻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옐친 시절 정·재계를 평정했던 대표적 올리가르흐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와 블라디미르 구신스키가 각각 영국과 이스라엘로 쫓겨났으며,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유코스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 사장도 시베리아 감옥에 수감되는 비운을 맞았다.

푸틴 대통령의 재벌에 대한 단죄와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는 대외정책에 러시아 국민은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일부 노년층은 아직 소련 시절에 대한 향수에 젖어 있기도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1917년 사회주의 혁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소련 해체와 자본주의로의 이행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푸틴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현재 90%를 오르내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향후 과제는 이제 출범한 지 15년을 맞은 CIS를 어떻게 효율적인 협력기구로 만들어가는가 하는 것.

푸틴은 CIS와의 관계를 대외정책의 최우선 과제라고 누차 강조해 왔다.

그동안 CIS는 회원국들 간 경제, 안보 분야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체결한 협정의 10%만이 이행되는 등 강한 구속력을 가진 실효성 있는 활동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지난달 말 열린 CIS 정상회의에서도 CIS 개혁이 주요 논제였으며, 내년 6월까지 최종적인 CIS 개혁방안을 도출해 내자는데 합의했다.

이와 함께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등 CIS 내 친서구 성향의 국가들과 관계를 정립하는 것도 소련 해체 15년을 맞는 푸틴 행정부의 주요 과제다.

이들 국가가 CIS를 벗어나 나토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것은 러시아가 주도하는 CIS의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점차 멀어진다면 CIS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 만의 협력체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푸틴은 그동안 러시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제를 일단 안정화하는 데 성공한 만큼 이제는 서방 진영이 호시탐탐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CIS 국가들에 보다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