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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거드 교수는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주제로 데일리NK가 주최한 국제위기그룹(ICG) 다니엘 핑크스톤 연구원과의 대담에서 “북한체제는 인민들이 대항해서 싸우기에는 너무나 견고해서 중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정권은 구소련이 망하고, 대량아사를 겪고, 국제적인 고립에서도 소생해 나온 정권”이라며 김정일 정권이 자연스럽게 붕괴로 이어질 것으로 과소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정권이 내부로부터 나오는 변화에 대한 압력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란 것은 아니다”라며 변화의 조건은 마련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핑크스톤 연구원 또한 해거드 박사의 설명에 동의하면서도, “변화로 이끌어 낼 법한 조건이나 변수들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이런 종류의 체제는 권력이양기에 특히나 취약하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핑크스톤 연구원은 변화는 대규모의 반체제 시위 등의 집단행동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시장활동을 통해 이루어 질 가능성이 높다는 해거드 박사의 견해에 동의했다.
해거드 교수는 “체제를 분열시킬 도전이 아래로부터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리의 조사에 의하면, 북한사람들은 너무나 원자화 돼 있어서 집단적인 행동을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은 폴란드에 있었던 것과 같은 노조도 없고, 필리핀처럼 성당도 없고, 한국처럼 NGO나 정당도 없지만 그들은 시장에서 활동하는 대단위의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시장을 통제하려는 당국의 노력에 반대해 집단적으로 행동한 사실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거드 교수는 이어, “점차적으로 확대되는 시장화로 인해 북한 당국이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통제와 감시가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소모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주 소극적인 변화들을 만들어 나가야 하고, 결국 중국이 가는 방향으로 떠밀려 나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추론이 나오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은 그러고 싶지 않겠지만 어쩔 수 없이 정권에 의한 변화가 아니라 정권 내부에서 그런 변화가 만들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대북 경제협력 사업과 관련, 해거드 박사는 남한과 중국의 정책적 접근에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며 “중국 정부는 남한 정부가 하는 것처럼 자국기업을 그렇게 지원해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해거드 교수는 최근 피터슨연구소 마커스 놀랜드 박사와 공동작업으로 추진했던 북중경협 관련 보고서를 언급하며 “중국 정부는 자국기업가들에게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업적 비즈니스다. 너희들이 돈을 벌고 싶으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지 말라’고 하며, 오히려 시장경제의 원칙에 맡겨둔다”라고 설명했다.
“중국기업들은 정부가 (북한과의 경협) 활동을 지원해주거나 정부 보조금을 대주는 등의 지원은 생각할 수도 없다. 기업인들 대부분은 심지어는 정부가 북한 당국과 발생할 수도 있을 분쟁도 조정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 정부는 북한을 상대하는 남한 기업가들의 이익을 창출해주려고 보조금도 대주고 기업의 유치를 위해서도 노력하는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거드 교수는 “이것이 아이러니이다”라며 “바로 ‘왜 개성이 인질로 잡혀있게 되었는가?’ ‘왜 금강산이 인질이 되었는가’ 하는 문제의 해답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한은 개성과 금강산으로 북한을 상대하는 지렛대를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이 결과적으로 남한에 대한 지렛대를 쥐고 있는 꼴이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거드 교수는 중국식의 접근법을 더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식 전략이 실질적으로 북한의 일반인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문제에 있어서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핑크스톤 연구원은 “북한이 하고 있는 외국과의 거래 양식을 본다면, 접근권이나 기업보호 등 모든 것이 정치적인 관계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예로 북한 금광은 당국이 임대를 통제하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당국은 북한의 기업소를 강화하거나 경제적 효력이 발휘되는 것들, 즉 전반적으로 북한인민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는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고 대북경협의 한계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