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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평양 행사에 참가할 소년단 대표 선발 과정서 간부들이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전국적으로 제기되자, 중앙당 검열그루빠가 지난주부터 각 지방에 내려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검열단은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 핵심 간부를 중심으로 결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청년동맹은 북한 노동당의 가장 중요한 외곽 청년조직으로 소년단을 직접 지도 관리한다.
소식통은 “이번 검열은 간부들에게 뇌물을 쓰고도 ‘소년단 대표자’에 뽑히지 못한 학부모들이 중앙당에 신소(伸訴)를 올리면서 비롯됐다”면서 “특히 중앙당서 평양 행사 참가자들에게 추가로 손풍금이나 노트북 컴퓨터를 선물로 준다는 소문이 돌자 자식들이 탈락한 학부모들이 참지 못하고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데일리NK는 소년단 대표자 선발 과정이 학보모와 당간부, 담당 의사들간 뇌물관계로 얼룩졌다고 보도했다. 자식이 소년단 대표자로 선발된 부모들의 경우 필요 소모품 준비와 용돈 등을 포함해 최소 400~500달러 정도를 지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北 김정은에 전염 우려 소년단 2만명 질병검사” (데일리NK 2012.6.5.)>
북한은 지난 5월 말부터 각 지방에서 학습과 생활에서 모범적인 학생 2만여 명을 ‘소년단 대표자’로 선발, 특별열차와 비행기까지 동원해 평양으로 불러들였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동지께서 친히 전국의 소년단 대표들을 평양으로 불러주셨다”며 김정은의 각별한 배려로 소년단 대표들이 평양 도착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김정은은 마지막 행사였던 6일 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 자리에 직접 나서 두 번째 공개연설을 갖고 기념 촬영하는 등 소년단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평양 행사와 관련, “어린이는 나라의 왕(王)”이라는 교시(敎示) 남기며 남다른 소년단 사랑을 과시해온 김일성의 이미지를 차용해 김정은 스스로가 집권 초반 이미지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했다. 지난 5일 청년동맹과 소년단의 연합성명에서도 “온 나라 어린이들을 자애로운 한품에 안아 온갖 사랑을 베풀어주신 어버이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숭고한 후대관, 미래관을 그대로 이어받으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뜨거운 은정이 낳은 또 하나의 사랑의 전설”이라는 주장이 등장했다.
일각에선 집권 초반인 김정은 정권이 이번 소년단 행사에 공을 많이 들인 만큼, 뇌물 수수로 얼룩진 이번 사건을 시범 게이스로 책임자를 엄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거엔 그루빠 간부들이 뇌물을 받고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엔 통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소식통은 “소년단 대표자 선발에서 부정을 저지른 간부들은 ‘1호 행사’, 그것도 최고 지도자가 직접 소집한 행사에 먹칠을 한 셈”이라며 “김정은 동지가 소년단 대표자를 초청하는데 중간에서 간부들이 명단을 바꿔치기 했다면, 이게 말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신문과 방송에는 노동자 농민 등 평범한 백성들의 자녀들이 대표자로 선발된 것으로 보도됐지만, ‘실제로는 최대 5천달러까지 뭉칫돈이 오갔다’는 소문이 백성들 사이에 퍼졌다”면서 “백성들 사이에서는 ‘이제 1호 행사도 돈이면 되는 세상’이라는 푸념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정은이 집권 초반기 국정 운영 주도권을 확대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중간간부들에 대한 ‘기강잡기’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소식통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아직 젊기 때문에 간부들의 협잡질을 모른척 하지는 않으실 것”이라며 “이번에 걸린 사람들은 제대로 손을 본다는 소문이 간부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당 검열단이 신속하게 조직된 점에서도 평양 지도부가 체감하는 ‘심각성’의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 소식통의 설명에 따르면 6일 평양 행사 폐막이후 7일까지 소년단 대표들이 모두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후 중앙당 신소가 전국적으로 접수되자 마자 불과 일주일~열흘 사이에 검열단 조직 및 파견이 이어지는 등 여타의 검열 사건과 달리 이번 검열은 신속하고 공세적으로 전개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