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도 좋지만 대입 검정고시가 먼저죠”

서울 영등포 당산동에 위치한 ‘셋넷학교’는 민간 교육시설인 탈북 대안학교 중 한 곳이다. 학교가 있는 건물 2층으로 들어서자 동네 학원 규모의 좁은 공간이 눈 앞에 들어왔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이름의 4개의 작은 교실과 전체 학생들이 모이는 큰 교실, 주방, 교무실이 ‘학교’의 전부다.

셋넷학교에는 현재 25명 정도의 탈북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이곳 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20대 초·중반. 탈북 과정에서 교과 과정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북한 출신의 청소년들이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기 위해 이 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셋넷학교의 박상영 교장은 “10대 때 탈북, 해외 체류 생활을 거쳐 20대가 되어서야 한국에 들어온 학생들은 북한에서 다니던 인민학교(초등학교) 수준 그대로 일 수 밖에 없다”며 현실적인 학력 차이의 한계를 설명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에 입학할 나이를 놓친 탈북 청소년들이 학교에 들어가 정규 교과 과정을 이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간혹 학교에 입학하는 탈북 청소년들도 있지만 나이나 출신 때문에 적응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탈북 청소년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탈북 학생들은 이곳에서 남한사회 적응과 함께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우선은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따는 것이 목표지만, 대부분 대학 입시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은 기자가 학교를 찾은 날에도 다음달 10일에 치뤄질 대입 검정고시 준비에 한창이었다.

셋넷학교에서는 정규 중·고등학교 과정의 국어·영어·수학 과목을 기본적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학사일정은 1년 3학기로 운영되고 있으며 학업·심리테라피·직업교육·문화통합교육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



▲셋넷학교 수업 시간표.

그러나 학생들의 탈북 시기나 한국에 입국한 기간 등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학습 진도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일반 학교처럼 공통적인 교육을 하기 힘들다. 그래서 셋넷학교에서는 나이별이 아닌 수준별로 반을 나누어 학생들이 직접 수업을 찾아다니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학생들은 스스로가 직접 작성한 시간표 대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다. 교사들이 기본적인 시간표 틀을 학생들에게 제시한 뒤 학생들의 건의·요청에 따라 완성된 것이다. 박 교장은 “아이들 자신들이 하는 공부이기 때문에 동기부여를 위해 시간표를 직접 짜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서로는 일반 정규학교에서 사용하는 책이 아닌 탈북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학교에서 자체 개발한 교과서 20종이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규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남북한 비교경제사’라는 교과서 등도 제작해 수업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었다.

셋넷학교는 학력 취득을 위한 교육과 함께 사회 적응 및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문화통합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 수업은 수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물이 매년 ‘셋넷학교 영상작품 모음집’ DVD로 제작된다.

수준별 교육을 통해 탈북 청소년들의 빠른 적응을 돕고 학습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대안학교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결국은 한국 사회에 적응해서 살아가야 할 탈북 청소년들이 정작 ‘한국 친구들’과 함께 ‘한국식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점은 대안학교가 안고 있는 맹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박 교장은 “탈북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결국 반쪽짜리 학교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내 체험 교육이나 남한 친구들과의 여행 등과 같이 남한 사회와 더불어 사는 법을 습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재를 마치고 학교를 나서던 중 ‘문화예술’ 수업이 이뤄지는 교실 안 사물함에 걸려 있는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탈북 청소년들 또한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고 대입 입시를 위해 공부하는 여느 남한 청소년과 다를 바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이야기해주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