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를 둘러싼 與野의 정치공학

‘세종시’를 둘러싼 정치권의 ‘셈’이 분주하다. 정부의 수정 움직임에 여당은 친이(親이명박) 세력과 친박(親박근혜) 세력의 내분이 한창이다. 보수색이 짙은 친박연대와 자유선진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포퓰리즘’을 지적하고 있고, 민주당 등 야당도 원안을 고수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내 내분에 따라 여당 지도부는 정부의 수정안 제출 후 입장을 밝히겠다는 방침이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 치유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방선거, 정기 전당대회, 나아가 총선, 대선 등을 앞두고 당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세(勢)싸움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낳는다.


당내에선 “곪을 상처가 터졌다”는 반응이다. 지난 대선 경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쌓였던 친이, 친박간의 갈등의 골이 세종시 문제로 표면화됐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수정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극적인 합의점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절반의 성공일 뿐’이란 부정적인 평가까지 대두된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서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미 ‘세종시 수정=박근혜 견제론’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세종시 원안 추진은)양심상 어렵다. 적절한 시점에 국민에게 입장을 직접 밝히겠다”고 했다. 자신의 ‘신념’에 따른 수정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정치는 신뢰인데, 신뢰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문제는 한나라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라며 “원안에다 필요하다면 플러스 알파(+α)가 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후 정운찬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정부는 세종시를 ‘행정도시→기업도시’로 법 개정까지 추진하는 등 수정에 박차를 가하면서 박 전 대표측과 의견조율에 나섰지만 여전히 박 전 대표측은 변함없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단 각종 여론조사 결과 수정론보다 원안 고수론에 대한 지지가 더 많은 데서 보듯이 현재까지의 민심은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해 보인다. 친서민 행보로 50%를 넘나들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도 40%대로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소폭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수정안이 나온 이후 여론의 향배가 바뀌면서 박 전 대표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상존한다. 실제 여당 내 최대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박 전 대표가 굵직한 현안마다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여론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원안 고수’에 야당 등은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충청 출신인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박 전 대표가 (원안에) 찬성 태도를 갖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충청권의 맹주를 자처하는 선진당도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 거리투쟁에까지 나섰다. 이회창 총재는 15일 대전에서 열린 ‘세종시 변질 규탄 및 원안 쟁취를 위한 전국 순회 홍보투어’에서 “세종시 원안 백지화는 사상 최악의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충청권’의 세(勢)결집에 보수층이 사활을 걸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방선거, 총선,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셈법에 따라 ‘세종시 현안’을 다루고 있다는 문제제기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등 범야권의 ‘세종시’ 논란을 둘러싼 박탈감은 클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와 보수정당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원안 수정’의 이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 대 ‘원안+α’를 주장하는 박 전 대표와 보수층의 대립 구도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정운찬 국무총리,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를 비롯해 정동영, 유시민 등 야권의 대선주자들도 세종시 논란을 기점으로 조기 대선경쟁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한 신문에서 “역대 집권 2년차 대통령은 예외 없이 차기와 관련된 정치 실험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종필 당시 민자당 대표의 축출과 민주계 중심의 당 재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창당과 그에 이은 DJP연합 파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연정 시도였다”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친서민·중도, 개헌·행정체제개편 등의 카드와 함께 박근혜에 맞설 수 있는 정몽준·정운찬 등 차기구도 조기 점화라는 실험을 세종시 이슈를 통해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세종시 문제가 국익차원이 아닌 정치적 셈법에 따라 논란이 전개되고 있지만 차츰 국민적 반감도 커질 것으로 보여 여야 정치권도 마냥 정치적 득실 계산에만 머무르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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