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올해 최대 100만원 세금 부담… “강제성은 다소 약화”

[데일리NK 연말 기획⑥] 배보다 배꼽 큰 현실, 일부 부담액 줄었지만 주민 피땀 쥐어짜기 여전

조선중앙방송이 지난 8일 방영한 고성군민발전소 건설현장 모습. / 사진=조선중앙방송 화면 캡처

2018년 북한 주민들은 월별로 부과되는 전기세와 수도세 같은 소액의 세금 외에도 소속된 조직과 직장 별로 부과된 세외 부담을 수행하느라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북한 헌법은 세금이 없어진 사회에서 물질적 부는 근로자들의 복리 증진에 돌아간다고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동안 물가상승에 비하면 매월 부과되는 전기세와 수도세(세대원 숫자 따라 차등이 있지만 대략 합계 200∼280원) 등은 사실상 큰 부담이 없다. 부담스러운 것은 직장이나 조직들에서 할당된 ‘충성의 외화’ 과제나 물자 계획 과제이다.

북한 주민들은 만 9세부터 70세까지 조직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에서 할당되는 세외 부담을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

양강도 소식통은 3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국가 차원의 건설 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면서 나라에서 주는 지원 부담이 늘어났다”면서도 “올해부터는 무조건 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강제성이 조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삼지연꾸리기나 발전소 건설 지원에 따른 물자 지원 과제가 나오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주민은 돈이나 물자로 지원을 해서 조직의 평가를 높게 받고, 일반 주민들은 책임 면제할 수준만 낸다고 한다. 생활이 어려워 과제를 이행하지 못한 세대를 인민반장이 야밤에 찾아가 닦달하는 일은 다소 줄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9일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 초급중학교(중학교) 학생은 ‘꼬마계획’으로 토끼가죽 3장, 폐지 3kg, 파고무 2kg 정도의 과제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토끼털 가죽은 장당 2500원~3000, 폐지는 1kg에 2000원~3000원, 파고무는 kg당 1000원으로 현금으로는 낼 때는 약 18000원~2만원(한화 2343원~2600원)이다.

이 학생들의 경우 작년에 비해 토끼가죽이 1∼2장 줄어들었고, 5kg에 달하던 파철 과제는 없어졌다.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서는 토끼가죽 4장, 폐지 5kg, 파고무 3kg의 과제를 해야 한다.

대학생의 경우 대학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방학기간을 노동실습 시간으로 내주고 있다. 이 기간에 현장 실습 확인서가 없으면 노동일수 10일에 따른 액상 계획을 받아낸다.

소식통은 “보통 직장 노동자가 하루 일을 나가지 않고 다른 돈벌이를 할 때 5000원~8000원을 액상 계획으로 내기 때문에 대학생들도 여기에 맞춰서 비슷한 액수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보통 회사들은 가정사가 있어 일을 못나가는 종업원에 대해서 적정계선에 맞춰서 8.3을 받아내는데 최고액이 1만 원이고 일반적으로 5000원을 낸다”며 “장사를 좀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직장에 나오지 않는 것이 이득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직장 단위로 동원되는 돌격대는 올해 북한 노동자들에게 꼭 피하고 깊은 기피 대상이 됐다. 노동자 돌격대가 다수 동원된 삼지연군은 9월부터 한파가 닥치고 한겨울에는 영하 30도까지 내려간다. 그나마 북한 정부 차원에서 피복과 장갑 등 작업용품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 주민들에게 부과되는 건설 지원 물자 부담은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양강도 소식통은 “여맹원들은 직장원보다 바치는 것이 더 많다. 일상적으로 동원되는 건설이나 보수 노동에 불참하고 시장에서 돈을 버는 데만 열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여맹원들은 월간 단위로 사회노동과 사상교육 일정이 내려온다.

소식통에 따르면, 여맹원 한 명이 연중 진행되는 각종 사회동원에 불참할 경우 1년에 약 30만 원(한화 39,000원)을 여맹에 내도록 하고 있다. 벌이가 좋은 지역은 몇 만 원 더 내는 경우도 있다.

소식통은 “당원들은 금이나 송이버섯을 채취해 자금을 바치는 충성의 외화과제를 따로 수행해야 한다. 이 돈은 1년에 약 45만 원 정도를 내게 한다”면서 “연령이 높은 일부 주민들은 조합식으로 여러 명이 모여 약초를 캐거나 산열매를 따서 수매시킨다”고 말헀다.

세대주가 당원이고 장사를 하는 4인 가족으로 따지면, 세대주가 충성외 외화벌이로 45만 원, 부인이 사회노동 면제 비용으로 30만 원, 아이 두 명이 꼬마계획으로 10만 원, 각종 지원 물자로 10∼20만 원 가량을 낼 경우 1년에 약 100만 원(한화 129,000원) 가량을 내는 셈이 된다.

4인가족의 세대주가 회사에서 받는 월급 4000원~5000원에 비하면 턱없이 높은 액수라는 의미에서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아닐까싶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