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두 얼굴

(중앙일보 2006-01-02)
농산물과 서비스 시장 등의 개방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13~18일 홍콩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는 반세계화 시위에 부닥쳤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계기로 세계화란 무엇이며, 반세계화 운동이 일어나는 이유 등을 공부한다.

◆ 세계화의 개념과 역사=세계화는 국가 단위의 경제를 하나의 세계 경제로 통합하는 것을 말한다. 즉, 국가나 지역 안에 있는 상품(서비스).자본.노동.정보 등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인위적 장벽을 없애 ‘국경 없는 세계’를 만들자는 취지다. 세계화시대엔 모든 경제 활동이 어느 한 나라에서만 독립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세계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경제적 의사 결정도 국경이 고려되지 않는다.

세계화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출범한 IMF(국제통화기금.1945년)와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47년) 체제가 바탕이 됐다. 하지만 당시엔 관세.비관세장벽이 여전했고, 정보통신이 발달하지 못해 주목받지 못했다. 세계화는 90년대 들어 급물살을 탔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GATT의 제8차 다자간 무역 협상)협정 체결에 이어, 95년 UR협정의 이행을 감시하는 WTO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WTO는 그동안 자유무역을 막던 관세.비관세장벽을 허물어 자본과 서비스의 이동을 훨씬 자유롭게 했다.

세계화의 주역은 글로벌 기업들이다. 이들은 국경이나 이념.문화를 따지지 않고 세계 여러 나라에 사무실과 공장을 두고 있다. 주식도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소유해 다국적 기업(또는 초국적 기업)으로도 불린다. 세계화는 최근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해 ‘지구촌’이란 말이 쓰이기도 한다.

◆ 왜 세계화인가=세계화시대에 개인과 기업.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국제경쟁력이다.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생산성이 높아야 하고, 생산성을 최대화하려면 투입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주들은 생산에 투입되는 비용이 가장 싼 곳으로 공장을 옮기게 된다. 세계화는 이처럼 효율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세계화는 또’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킨다. 예컨대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는 시장성이 없어 돈이 많이 드는 반도체 등 장치산업에 투자하기 어렵다. 하지만 세계 시장을 겨냥할 경우 나라의 경제 규모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세계화는 게다가 자유무역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필요한 상품을 가장 싼 값으로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

◆ 세계화의 그늘과 반세계화=세계화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선진국엔 돈이 몰리고 생산성이 높아져 경쟁력이 더욱 강화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나라는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져 국민 생활이 어렵게 된다.

한 나라 안에서도 부유층과 빈곤층의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산업간 명암도 뚜렷해진다. 우리나라처럼 공산품이 산업 기반일 경우 경쟁력이 뒤지는 농업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농민들이 홍콩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 때 원정 시위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선진국도 세계화의 역풍에 휘말리긴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임금이 싼 나라로 공장을 이전해 산업 공동화 현상이 나타난다.

세계화가 드리운 그늘은 반세계화의 불을 댕겼다. 99년 독일 쾰른서 열린 서방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 당시 3만여 명이 ‘인간 사슬’을 만들어 회의장을 포위한 것이 반세계화 운동의 출발점이다. 그 뒤 WTO와 APEC 등 주요 국제회의 때마다 수만 명이 항의 시위를 벌이는 일이 일상화했다.

◆ 공존의 길=세계화의 부작용이 크다고 반세계화의 길을 걸어야 할까. 경제학자들은 세계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반세계화는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일부에선 강대국 중심의 세계화 방식을 거부하고 스스로 주도하는 점진적 세계화를 추구한 중국과 인도를 주목한다. 하지만 각 나라가 처한 상황이 달라 이들 나라를 그대로 뒤따를 수도 없다.

상황이 이러하자 글로벌 기업들은 ‘인간적인 얼굴을 한 세계화’를 주장한다. 10억 명이 넘는 지구촌 빈곤층에게 강대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희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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