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회령동영상’ 확인않고 오보

▲ 세계일보 문제의 오보기사

28일 낮 12시경 <세계일보>가 운영중인 segye.com에 게재된 ‘일부 탈북자 反김정일 동영상 조작설 제기’ 제하의 기사는 담당기자가 ‘회령반체제 동영상’(dailynk 1월18일 보도)에 대한 정확한 확인과정도 거치지 않고 작성한 것으로 밝혀져, ‘믿거나 말거나’식 보도행태가 빈축을 사고 있다.

<세계일보>는 이 기사에서 P씨라는 익명의 검증되지 않은 탈북자의 일방적 주장을 바탕으로 하여 국정원과 통일부 정보분석국 관계자를 보조 의견으로 인용, 회령 반체제 동영상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계일보>의 기사는 담당기자가 반체제 동영상의 전체내용을 직접 보지 않고 작성한 것으로 밝혀져, 이 기사가 치명적인 결격사유를 갖고 있음이 입증됐다.

28일 오후 2시경 문제의 기사를 작성한 조모 기자는 <데일리엔케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반체제 동영상의 편집된 내용만을 보았다”고 직접 밝혀, 문제의 기사가 반체제 동영상을 직접 확인검증하는 과정이 생략됐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문제의 <세계일보> 기사는 “국내 일부 탈북자 등이 돈을 노리고 동영상을 조작했다”는 것이 핵심으로서, “중국의 한 탈북자가 북한 회령에 있는 ‘1.17호 공장’ 등의 전경촬영 장면을 건네받아 중국 모처에서 김정일 위원장 비판 내용을 따로 찍어 합성한 뒤 K씨(탈북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그러나 이 기사는 한번이라도 동영상 전체를 제대로 보고 썼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기사를 작성할 때 정황 증거와 관련자의 진술이 매우 높게 고려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실제 조작 논란의 대상이 되는 동영상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조작설을 제기할 수는 없다. 이것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기사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데일리엔케이>를 통해 언제든지 확인이 가능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전문가와 함께 검증해 볼 수 있음에도 최소한 이러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은 스스로 오보라는 것을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기자들에게 배포된 CD와 홈페이지에 게재된 동영상은 <데일리엔케이>에서 직접 편집한 내용으로 일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전체 동영상 내용의 검토도 없이 몇 사람의 정황에 대한 증언만으로 조작 기사를 게재한 것은 신문의 기본적인 보도양식을 저버린 행위로 판단된다.

문제의 기사, 무엇이 오보인가

이번 기사에서 P씨가 주장한 ‘1.17 공장 전경을 촬영한 후에 일부 장면을 삽입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1.17 공장에서 격문을 부착하는 장면과 공장 외부로 나오는 장면은 영상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또한 대덕리 입구 다리 밑에서 촬영한 것과 대덕리 이동 장면 또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영상으로 연결되어 있는 장면을 합성이나, 조작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이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이 기사에서 관련 전문가로 등장하는 국정원 관계자는 “북에서 사용하지 않은 용어를 표현해서 사용한 점, 자연스럽게 이동하면서 촬영된 것이 아닌 점 등을 미뤄 조작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데일리엔케이>가 가장 주목한 것이 바로 성명서 낭독자의 억양과 말투, 성명서 내용이었다. <데일리엔케이>는 복수의 회령 출신 탈북자와 타 지역 탈북자를 통해 성명서 낭독자가 회령 출신임을 확인했다. 성명 내용 또한 북한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분명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북한에서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 성명에서 사용됐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지 지적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문제의 기사는 국정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동하면서 촬영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사가 국정원관계자의 발언을 제대로 인용했는지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동영상의 대부분이 이동촬영한 것이고 성명서 낭독부분만 김정일 사진에 고정시킨 후 촬영했다는 것은 동영상을 보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사실을 국정원전문가가 놓칠 리 없을 것이고, 따라서 문제의 기사가 국정원 전문가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문이 간다.

마지막 성명서 낭독 부분은 실내에서 촬영했고 낭독자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카메라를 사진에 고정했다. <데일리엔케이>는 이 성명서 낭독부분은 장소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미 격문 부착 장면 등 전체 동영상이 회령에서 촬영이 이루어진 이상 성명서 낭독이 타 지역에서 이루어졌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일보>는 조작의 대상이 되고 있는 동영상 전체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또한 관련 전문가들의 참고 발언도 동영상 조작과는 직접 상관이 없는 ‘정황’에 불과한 것이다. 이 기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언론이 동영상을 직접 분석하여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시도는 전혀 없고, 익명의 무책임한 탈북자의 말을 기사작성의 원천(source)으로 하여, 관계자들의 말을 기계적 형평으로 보조하여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책임있는 중앙일간지라면 적어도 동영상 풀텍스트를 한번쯤은 확인하고 기사를 썼어야 옳았다. 이 핵심과정을 생략한 것은 스스로 ‘황색 저널리즘’을 좇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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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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