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함께 人權 외치면 북한도 결국 달라질 것”

세계의 인권운동가들이 다음주 서울에 모인다. 8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북한인권국제대회’ 참석을 위해서다. 마침 10일은 세계인권선언일이다. 이번 대회 준비위원회는 다음주를 ‘북한인권주간’으로 선포, 북한 인권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번 대회는 지난 7월 미국 워싱턴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준비위 집행위원으로 대회 준비에 한창 바빴다. 운동권 학생에서 노동운동가를 거쳐 북한인권운동가가 된 한 대표를 조선일보 최병묵 정치부차장대우가 만났다.

―이번 대회를 서울에서 열게 된 계기는.

“지금 북한에선 21세기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범 수용소 내 인간 이하의 삶, 공개처형, 영아 살해 등 정말 심각하다. 국제 NGO나 언론, 유럽연합(EU)의 끊임없는 문제제기에도 우리 정부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것 같다.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 국민들도 북한 주민들이 당하는 고통을 같이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외국에선 정말 북한 인권에 관심이 높은가.

“세계적인 NGO들이 북한 인권을 가장 중요한 아젠다로 삼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공화당만의 이슈가 아니라, 범정파적으로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EU 25개국은 유엔총회에 북한인권결의안을 제출해서 통과시켰다. EU 일부 국가는 북한과의 수교 조건으로 인권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의 중점적인 논의 사항은 무엇인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전략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어떻게 하면 북한 주민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냐를 협의하게 된다. 회의를 마친 뒤 합의사항을 성명서 형태로 낼 예정이다.”

―국제 인권단체들과 연대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1999년 12월부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참상을 알리고 개선 방안을 찾아왔다. 여기에 이미 인권운동을 벌이고 있던 각국 단체들이 참여했다.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휴먼라이트 워치, 프리덤하우스 등과 연대해서 활동하고 있다.”

―각국 인권운동가들이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탈북자들을 통해서 열악한 환경을 알게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람이 엠네스티 인터내셔널 전 미국지부장인 데이비드 호크씨다. 그는 당초 좌파 계열 반전(反戰) 인권운동가였다. 이 사람이 한국에서 탈북자 30여명을 그룹 인터뷰하고 나서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감춰진 수용소’란 책도 냈다. 그가 한국의 인권운동가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해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북한과 화해를 위해서는 인권 문제를 뒤로 미뤄야 한다’는 국내 진보계 인사들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 한국 내에서도 인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이들은 대개 이념적으로는 진보세력이다. 북한 인권에는 침묵하는 경향이 있는 이들이 이번 회의에 어떤 입장인가.

“안 그래도 이번 대회에 그들을 초청했다. 아직 대답이 없다. 그들은 북한 인권의 참상이 너무 과장돼 있는 있는 것 아니냐고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크로스 체크를 통해 북한의 실상에 접근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우리의 과거를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현재 북한의 인권 실상은 박정희 시대와 비교해도 100배 이상 열악하다.”

―국내 젊은이들의 무관심도 지적되는데.

“그렇지 않다. 국내 대학에도 북한 인권과 관련해 활동하는 단체가 15개쯤 있다. 이번에도 대학생들 500여명이 참여하는 회의가 10일 오전 10시 이화여대에서 열린다.”

―국가인권위원회 입장은 어떤가.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준비위 공동대회장인 이인호 명지대 석좌교수가 최근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을 만나 참여를 요청했다. 하지만 지방출장이 예정돼 있어 참석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실 그동안에도 우리는 여러차례 관심을 촉구해왔다. 김창국 초대 인권위원장이 국회 답변을 통해 ‘자료가 없다’고 한 적이 있어 우리가 관련 자료도 많이 보냈다. 인권위에선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고 해 기다리고 있다. 연내 입장을 밝히겠다고 하니 기다릴 수밖에 더 있나.”

―정부에선 북한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북한은 인권 문제라는 것이 없다면서 반발하고 있는 것처럼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북한도 외부의 문제 제기에 일정하게 호응해왔다. 1960년대에 사회주의자 외국인 2명이 북한을 비판했다가 수용소에 수감된 적이 있었다.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촉구로 이 사람들이 석방되고 수용소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북한이 수용소를 통폐합하고 오지로 옮긴 적이 있다.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면 북한도 변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미국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았나.

“매칭 펀드로 충당했다. 미국 예산을 받는 프리덤하우스에서 해외인사 초청비 등 예산의 50%를 댄다. 나머지 50%는 우리가 모금 등을 통해 부담한다.”

―우리 정부에선 지원을 받았나.

“금전적 지원은 없다. 외교통상부 장관과 인권대사를 초청했는데 외교부 심의관이 만찬에만 참석하겠다고 했다.”

―국내 정당들은 관심이 없나.

“3주 전쯤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당·민주노동당 대표와 면담 신청도 하고 만찬 초청장도 발송했다. 그런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만 오겠다는 연락이 있었다. 다른 당에서는 연락이 없다. 그래서 박 대표만이라도 초청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당초 만델라 전 남아공대통령 등을 초청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어떻게 됐나.

“노벨평화상을 받은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등을 초청할 생각이었는데 안 됐다. 그 분들은 이미 6개월 전에 일정이 짜여 있었다. 내년 3월 브뤼셀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는 이 분들도 올 것이다.”

―개인적인 질문을 하나 하겠다. 학생운동하다 북한인권 운동에 뛰어든 계기가 있나.

“우리나라를 민주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학생운동을 했었다. 그때 중국에 대해 매력을 느껴 중국 혁명에 관한 책도 많이 읽었다. 그런데 천안문 사태가 난 후 무자비한 탄압에 충격을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이른바 위장취업 등 노동운동도 십수 년 했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게 내 사명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탈북자들을 만난 뒤에는 북한 동포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고통받는 사람들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북한 주민의 벗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제는 과거 운동권의 낡은 사고에 젖은 친구들을 설득하고 있다.”

*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44)는 연세대 심리학과 재학 때인 1983년 교내 시위를 주동, 1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골수’ 운동권 학생이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인쇄노조, 전태일기념사업회, 철도청 등에서 14년간 노동운동을 했다. 1990년대 중반 탈북자들과 만나게 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투신하기로 결심, 국제회의 참석·잡지 발간 등을 통한 북한 인권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금은 북한 전문 인터넷 뉴스(www.dailynk.com) 발행인, 계간지 ‘시대정신’ 발행인도 겸하고 있다.

(조선일보 12월 3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