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美한국과장·왕자루이 中부장 잇따라 방북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가 시한을 넘겨 계속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관리들이 잇따라 방북할 예정이어서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에 돌파구가 열릴 지 주목된다.

영변 핵시설 불능화 실무팀을 이끌거나 북한과 핵신고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작년 말 수 차례 방북했던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한국(29일), 중국(30일)을 거쳐 31일 다시 평양을 찾는다.

올해 들어 첫 방북으로, ‘10.3합의’에 따라 핵프로그램 신고를 마무리지어야 하는 시한(연말)을 넘긴 상태에서 맞는 북.미 간 첫 공식 접촉이다.

김 과장의 이번 방북도 핵신고의 최대 쟁점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를 신고서에 담는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국과 미국 등이 추진하고 있는 6자 수석대표회담의 개최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UEP문제는 계속 논의한다’는 식의 문구만 신고서에 들어가면 북한이 원하는 테러지원국 해제 및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식으로 양보안을 만들었으며 김 과장이 이를 설명하기 위해 방북한다는 추측도 있지만 외교가에서는 ‘현실성이 없는 방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과 미국은 최근까지도 뉴욕 채널 등을 통해 핵신고 문제에 대해 활발한 물밑접촉을 벌여 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차 북핵위기의 진원이었던 UEP 문제에 대한 확실한 해명이 신고서에 담겨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UEP를 추진한 적이 없으며 따라서 해명할 것도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대화의 틀을 깨기는 원치 않고 있는데다 특히 북측이 김 과장의 이번 방북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회담의 동력은 여전하며 이번 방북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8일 회견에서 “북한이 이제 이 문제(핵신고)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할 준비가 돼 있기를 바란다”고 북한의 입장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외교 소식통은 “결과를 낙관하기는 힘들지만 북.미가 여전히 진지한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지금을 놓치면 설 연휴와 한국의 정권교체 등으로 자칫 회담 동력이 약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특사로 조만간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여부가 주목된다.

왕 부장은 북한의 핵보유 선언 등으로 6자회담이 위기에 처했던 2005년 2월에도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단독 면담하고 회담의 돌파구를 열었던 적이 있어 외교가의 기대가 적지 않다.

특히 왕 부장이 성 김 과장의 중국 방문에 이어 방북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핵 신고 문제에 대한 미.중간 조율된 의사가 북 측 실무진과 최고위층에 잇따라 전달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왕 부장이 방북에서 북측의 긍정적 기류변화를 감지한다면 6자 수석대표 회담도 조만간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그동안 성과를 거둘 지 불투명하다며 6자 수석대표 회담을 개최하는데 미온적이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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