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6자회담…힐 방북 성과는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21~22일 북한 방문의 핵심 성과는 북한의 2.13 합의 이행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인 것으로 평가된다.

힐 차관보는 22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미는 2.13합의를 완전히 이행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힌 뒤 “북한은 영변 원자로를 즉각 폐쇄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고 핵시설 불능화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종전에도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 송금 해결 후 초기단계 조치 이행에 착수할 것임을 공언해 왔고 BDA문제 최종해결 직전인 지난 1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을 초청함으로써 2.13 합의의 약속을 충실히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하지만 북한이 힐 차관보를 평양에 불러 놓고 이 같은 의지와 계획을 재확인한 것은 그 무게감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BDA 문제로 2.13합의 이행이 수개월 지연되는 동안 워싱턴 일각에서 ‘인내의 한계’가 거론됐다. 그러나 북측의 이번 의지 표명을 바탕으로 힐 차관보는 본국에 돌아가 북한의 2.13합의 이행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음을 워싱턴 최고위층에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힐 차관보로서는 지난 해 말부터 이어온 미국의 대북 협상 기조를 흔들림없이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성과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북.미 양측이 6자회담 틀에서 추구하는 최대 목표인 북미관계 정상화와 비핵화를 두 축으로 삼고 동시에 진행시키자는데 뜻을 같이 한 부분도 의미있었다는 평가다.

정부 당국자는 비공식 브리핑에서 힐 차관보가 이날 ‘미국은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원하고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는 그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미국이 비핵화라는 자국의 최대요구와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북측의 최대 요구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향후 2.13 합의 이행의 총론적인 논의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힐 차관보는 “우리는 모든 2.13합의의 요소를 다 논의했고 앞으로 6자회담 과정에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논의했다”면서 “우리는 6자회담의 모멘텀을 회복함으로써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록 회견에서 구체적 논의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초기조치 이후 불능화 단계에 이르는 로드맵과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등 2.13 합의에 명시된 북.미관계 정상화 중간조치 관련 총론적인 로드맵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2002년 제2차 북핵 위기의 도화선이 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진상규명과 관련해서도 양측은 일부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뿐 아니라 힐 차관보는 7월 초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 개최에 대한 북측의 호응을 이끌어 냄으로써 6자회담 재개를 가시권 안으로 끌어 들였다.

힐 차관보로부터 방북결과를 브리핑받은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측도 7월 초 6자 수석대표 회담을 하고 그 이후 적당한 시기에 6자 외무장관회담을 하는 구상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6자회담이 수석대표 회의를 끝으로 휴회에 들어갔음을 감안할때 7월 초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6자 수석대표 회의는 6자회담 재개를 의미한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와 함께 불능화 등 2단계 조치 진입에 필요한 동력을 쌓기 위한 6자 외교장관 회담을 7월 하반기에 개최하는 방안에 북.미가 상당한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진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2.13 합의에 6자 외교장관 회담은 핵시설 폐쇄.봉인 등 초기조치를 이행하는대로 신속하게 개최하게 돼 있는 만큼 7월 하반기 6자 외교장관 회담 개최방안에 공감한 것은 북한이 그때까지 핵시설 폐쇄.봉인 등 초기조치 절차를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기대됐던 ‘빅 이벤트’는 성사되지 않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접견,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친서 전달 등은 없었다는 얘기다. 또 김 국방위원장의 대미 외교 브레인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도 만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힐 차관보는 이날 이번 방북이 6자회담에 앞서 열린 참가국간의 사전 접촉의 일환으로서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은 계획되지 않았고 애초부터 김 국방위원장을 만날 일정이 없었다고 소개했다.

이는 결국 이번 방북이 2.13 합의의 이행의지를 확인하는 실무적 방문으로,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두 트랙의 급진전을 가져올 ‘빅 딜’ 등은 예정에도 없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힐 차관보와 김 부상간 논의 과정에서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내년말 이전에 관계정상화를 할 의지가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가 충분히 전달됐을 것으로 외교가에서는 보고 있다.

외교가에서 거론됐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 문제 역시 이번에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힐 차관보는 6자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북.미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말해 북.미간 고위급 인사 교류의 물꼬가 터졌음을 시사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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