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앞세워 혈세 수십억 낭비, 남북협력기금 감시체계 절실”

▲<남북포럼> 김규철 대표 ⓒ데일리NK

남북협력기금이 개성공단 진출기업들에게 지원되는 과정에서 빠른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원칙과 절차가 무시되고 있어 기금 운영의 투명성 보장 장치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4년 개성공단 첫 제품인 개성냄비를 생산해 화제를 모았던 리빙아트는 부도위기에 몰린 상태에서도 남북협력기금 30억원을 지원받았고, 결국 이듬해 부도가 났다. 리빙아트가 부도 처리되면서 협력기근 지원 대상자 선정과 대출 과정에 강한 의혹이 제기된 상태.

현재 남북협력기금은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 기금 중 일부가 개성공단기반시설 건설비용, 대북지원용 연료∙식량∙비료 구입비용 등으로 쓰이고 있다. 또한 이 기금은 남북경협자금 명목으로 경협에 참여하는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에게도 지원되고 있다.

그동안 남북협력 기금이 국민의 엄청난 세금으로 조성됐음에도 불구하고 투명성과 효율성이 담보가 되지 않아 시민단체와 업계로부터 투명성 제고를 강력히 요구받아왔다. 또한 이들은 남북화해와 경제협력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기금 사용에 대한 관리 감독이 소홀 한 것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의 남북경협을 모니터링해온 <남북포럼> 김규철 대표는 “수조원에 달하는 남북협력기금 사용이 불투명하여 많은 의혹을 불러 일의키고 있다”면서 “상시적으로 감시할 민간 평가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남북협력기금에 대한 정부차원의 투명성 문제뿐 아니라 생산적인 부분에 사용되고 있지 못하다”면서 “<남북포럼>과 <남북경협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정부에 기금 사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 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남북포럼> 김규철 대표에게 남북경협자금 대출 과정에서의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리빙아트 사례처럼 남북협력기금에서 개성진출 기업들에게 꾀 많은 돈이 지원이 되고 있다. 어떤 명목으로 어느 정도 지원되고 있는가?

남북협력기금은 남북한 각종 교류행사를 포함한 인도적인 지원과 철도ㆍ도로 연결사업 그리고 교역 및 투자협력 사업 등에 경제협력에 유ㆍ무상 지원되고 있다.

경협자금은 북한주민과 공동 또는 단독으로 기술, 자본, 인력을 투입하여 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게 지원된다. 그리고 북한으로 교역대상물품을 반출하거나 반입하는 기업에게도 대출해주고 있다. 개성공단 진출기업은 당연히 대상에 포함된다.

대북 경협자금 규모는 지난해 293억원이었으며, 금년에는 596억 정도이다.

“리빙아트, 신용등급과 재무건전성 등을 고려 안고 대출”

-남북경협자금은 어떤 과정을 거쳐 대출이 되는가?

남북경협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우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의 ‘연체 등에 관한 정보’ 등이 없어야 한다.

또한 대출 신청한 업체의 유동비율, 부채비율, 이자보상비율, 매출액증가율, 재무정보의 신뢰성 등이 심사항목으로 포함되어 있다. 원칙적으로는 분양받은 기업들의 재정상태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개성공단 진출 기업에 대한 대출은 통일부가 승인해줘야 가능하다. 통일부 승인이 떨어지면 수출입은행에서 대출을 해주게 된다.

-리빙아트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남북경협자금 대출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대북사업의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 재무상황에 문제가 많은 기업까지 선정한 것이 잘못된 것 같다. 신용등급과 재무건전성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도 성과주의식 대북정책을 앞세운 면이 있다.

-기업 선정과 대출과정에 의혹이 있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 심각한가?

기업 선정에서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대출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개성공단 입주분양과 경협자금 대출과정은 원칙과 기준에 의하여 처리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재무구조가 엉망이었던 리빙아트 회사의 경우, 과연 원칙과 기준에 의하여 선정되었는지 의문이다. 그런 과정에 의혹이 없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정부가 성과주의식 대북정책을 앞세운 이유는?

우선 시범단지를 분양받은 기업들은 6개월 이내에 기업등록과 시공을 하는 조건으로 입주를 하게 되는데, 북한측에서는 개성공단사업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 했었다.

남북협력기금, 정치적인 성격이 강한 교류사업에 사용

정부는 조기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2004년 말까지 첫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나와야 개성공단 성공사례를 홍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도 위기에 직면한 리빙아트 등의 기업들에게 예외적으로 경협자금이 대출된 것 같다.

결국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소모성 또는 이벤트성의 정치적인 성격이 강한 교류사업에 사용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또한 효율성, 경제성이 없는 협력사업에 ‘묻지마’식으로 기금을 사용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백두산 관광’추진 과정에서 몇 십억원의 기금을 허공에 날린일이다. 백두산 관광 사업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96억원에 이르는 아스팔트 피치를 제공했다. 백두산 관광을 위해 퍼주기식 지원을 한 사례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향후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어떤 법적, 제도적인 조치가 필요한가요?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남북협력기금이 생산적으로 사용되려면 합리성, 투명성, 일관성과 함께 검증가능성이 전제돼야 한다. 기금운영과 관련된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가 정부관료들 중심으로 구성돼 정치논리로 돌아가는 것도 문제다.

사실 여기서는 형식적인 심의만 하고 있다. 결국 정치논리를 앞세운 형식적인 사업선정과 기금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금의 일부가 낭비 또는 비생산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남북교류협을 구성하고 있는 간부들이 정치논리에 끌려 다니지 않도록 민간단체가 참여해 의견개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협력 기금 사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민관 합동의 감시체계가 필요하다.

남북협력기금이 참담한 북한주민들의 생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경협을 통해 북한을 얼마나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어 내고 있는지, 이제는 우리모두가 남북협력기금이 제대로 사용되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