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南정착으로 ‘탈북민 불신조장’ 김정은 역공작에 맞서야

김정은 정권은 선대(先代)보다도 탈북민 문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경을 2중, 3중으로 봉쇄하고 ‘탈북자는 총으로 쏘아도 좋다’ ‘탈북자에게서 뇌물을 받아도 좋으니 고발만 하면 된다’는 등 국경경비대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했던 것이다.

또한 탈북행위에 대한 처벌수위도 높였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남한으로 가는 사람은 반동(反動)으로 처리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중국으로 오간 사람은 형(刑)을 매길 때 봐주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최근 중앙에서 중국행도 남한행과 똑같이 보고 강하게 처벌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게다가 북중관계, 한중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 내에서 탈북자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붙들리면 무조건 북송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얼마 전에는 북송을 우려해 중국 수용소에서 일가족이 모두 자살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었다. 

한해 3000명에 육박했던 남한 입국 탈북민이 급속히 줄고 있다. 탈북민은 김정은이 등장한 2012년 절반으로 감소했고 이후 1200여 명까지 줄었다. 작년에 조금 늘었었지만 금년에는 작년에 비해 줄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1~8월 입국한 탈국민은 780명으로 전년 동기(894명)에 비해 12.7% 감소했다.

특히 북한은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에 대한 대응방식도 바꾸었다. 김정일 시기까지만 해도 탈북민들이 남한에 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했고 조용히 처리해왔기 때문에 국경과 떨어진 지역에서는 탈북민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김정은은 탈북민 문제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역이용하고 있다. 탈북민을 유인 재입국시키고 기자회견을 열어 ‘남한 국정원의 북한 주민 납치’, ‘남한에서 탈북민의 비참한 생활’을 증언하게 하고 있다.

탈북민이 너무 많아 은폐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방식의 대응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탈북자를 ‘역이용’ 방법이다. 이 방법은 북한 주민들의 남한 입국을 예방할 뿐 아니라 남한 주민들 속에서 탈북민에 대한 불신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으로서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최근 남남북녀, 모란봉클럽 등에 출연했다 재입북한 임지현이 대표적 예다. 북한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 그가 인터뷰한 동영상이 뜨자 남한에서는 ‘자발적 입국이냐, 북한의 납치냐’ ‘간첩이냐, 아니냐’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임지현의 입북이 자발적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북한에서 살아 본 사람은 북한 당국이 죄인을 어떻게 대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는 북한의 기준에서 볼 때에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공개적인 기자회견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은 볼 수 없는 우리민족끼리 화면에만 등장했다. 그가 인터뷰한 말을 들어보아도 진실이라고 믿기 어렵다. 그는 민족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압록강을 헤엄쳐 건넜고 강에서 나왔을 때 북한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았고 식사 대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자기가 강을 건넜을 때 경비대원들은 ‘죄를 묻는 것도 없이 수고했다, 고생했다고 하면서 생각도 못한 사랑과 배려를 베풀었다’고 말했다. 국경을 건너는 사람을 보면 쏘라는 명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신고 없이 헤엄쳐 불쑥 나타난 사람을 ‘수고했다. 고생했다’고 따뜻하게 맞아줄 수 있을까? 상식에 맞지 않는 말이다.

북한은 언론의 자유가 없는 곳이다. 기자들이 글을 써도 7번 가량 검열을 통과해야 신문, 방송에 실릴 수 있다. 더욱이 <당과 수령을 배반>했던 사람이 언론에 나설 때 과연 자기 말을 하도록 허용할 수 있을까? 시키는 대로 말하지 않으면 죽게 된다.

이제는 북한소식이 하도 많이 알려져 많은 주민들이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재입북한 탈북민을 비난하는 것은 물론 이를 탈북민 전체로 확대하는 사람도 있다. 북한이 바라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이는 북한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남한 국민들에게 북한을 더 많이 알리는 작업도 필요하다. 북한을 알리는 데서 대중매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반 주민들이 잘못 이해할 소지가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북한의 발표를 그대로 옮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본질을 밝히는 심층 분석 기사를 게재함으로써 국민의 바른 인식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탈북민 역공작에 맞서는 가장 위력한 무기는 탈북민의 성공적 정착이다. 탈북민의 남한 정착 과정은 미리 통일을 실험해 보는 과정으로 탈북민과 남한주민이 함께 해나가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탈북민 스스로 정착을 위해 애쓰는 것이 중요하며 다음으로 성공적 정착을 위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사회적 환경은 주민들의 탈북민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지지, 격려의 마음이다.

지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면서 탈북민 문제는 수면으로 가라앉고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지거나 덜 중요해지는 것이 아니다. 알지 못하고 있을 뿐,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