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COI가 북한인권상황을 조사하던 2013년 11월, 80명의 북한 주민이 성경책을 갖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처형당했다. -국제가톨릭사목원조기구(ACN), 2014 세계종교자유보고서
ICNK(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는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유엔 COI 보고서: 북한의 종교자유 침해’ 편 모션그래픽 영상을 통해 처참한 북한의 종교자유 실태를 고발했다. 이날 발표된 영상은 한국어와 영어를 포함하여 중국,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 전체 8개 주요 국가의 언어로 각각 제작됐다.
ICNK 사무국은 지난해부터 ‘유엔 북한인권 COI 결과 보고서’를 각 인권침해의 유형별로 나눠 모션그래픽 시리즈 영상물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에 발표된 ‘사상표현의 자유침해’에 이어 이날 발표한 ‘종교의 자유침해’는 그 두 번째 기획물이다.
COI 보고서 모션그래픽 시리즈를 기획제작하고 있는 권은경 ICNK 사무국장은 “COI 보고서는 북한(인권)에 대한 역사적인 자료이기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야 할 필요성 있다”면서 “이미지화해서 일반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민간 대북라디오방송사인 국민통일방송의 영상팀과 의기투합해서 3개월여의 제작과정 끝에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이어 권 사무국장은 “(독재국가인)북한의 종교 박해·인권 침해 사례를 당연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안타까웠고 이에 대해 경각심을 주고 싶었다”면서 “한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 사람들에게 북한의 참혹한 현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다양한 언어의 COI 보고서 영상 제작 배경과 관련해 권 사무국장은 “중남미 국가 및 유럽 국가들에게 북한인권에 대한 대중적 인식 확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남미 지역의 일부 국가들은 유엔총회나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 투표시 기권과 반대 입장을 오가고 있다”면서 “이 지역의 북한인권 의식제고를 위해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로 된 영상을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ICNK 사무국은 다양한 언어 버전의 COI 보고서 모션그래픽이 올해 하반기의 ICNK 활동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 사무국장은 오는 19일부터 칠레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와 멕시코를 아우르는 중남미의 주요 3개국에서 ‘북한인권주간’ 행사를, 10월 중에는 독일 베를린 북한인권영화제를 진행할 것이란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중남미 지역과 독일의 행사에선 이날 발표된 COI 보고서의 모션그래픽 영상이 각국 언어로 상영될 예정이다.
北 내부결속에 가장 위협적 대상…김일성 신격화 무력화 시키는 ‘종교’
이날 ICNK가 제작·발표한 영상에 따르면 북한의 종교박해는 한국전쟁 이전에 시작됐다. 북한 당국은 1950년대 후반 천도교 청우당원, 기독교인, 불교신자 등 종교인들을 적대계층으로 분류하고 이들에게 차별과 박해를 가했다.
종교인들은 산골 오지의 농장이나 광산으로 추방돼 열악한 환경 하에서 강제노동에 투입됐고, 이들에게 다른 곳으로의 이주는 허용되지 않았다.
유엔 COI 보고서를 토대로 제작된 영상은 “북한에서 김일성에 대한 숭배 외에는 다른 어떤 신앙도 허용되지 않으며 주민들은 종교나 신념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특히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4조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혁명사상을 신념으로 삼고 수령님의 교시를 신조화하여야 한다”를 예로 들며, 김일성 이외의 존재가 허용되지 않는 북한 사회의 현실을 꼬집었다. 북한에서 10대 원칙은 헌법이나 기독교의 성경, 이슬람의 코란보다 더 강력한 권위를 가지고 주민들의 모든 생활을 통제하는 강력한 규율을 의미한다.
영상은 1990년대 중반 식량난으로 대규모 탈북사태가 벌어진 이후의 북한 당국의 종교 탄압 현실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오랜 기간 박해와 탄압이 계속되면서 북한에서 종교인이 거의 사라졌지만, 식량난으로 탈북한 주민들이 중국에서 기독교를 접하게 됐고 이를 전파하면서 북한 당국이 종교인에 대한 탄압을 다시 시작했기 때문.
한편, 이날 북한 종교의 자유 실태를 증언한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주체사상을 위시로 한 북한의 내부결속에 가장 적대적인 것이 기독교 사상”이라면서 “따라서 북한에서 가장 끔직한 인권침해의 대상은 기독교인을 포함한 신앙인이고, 이는 탈북자들의 증언 및 자료 수집을 통해서 입증된 사실”이라고 밝혔다.영상에 따르면 북한 보위부는 중국 내 지하교회와 탈북 교인 색출을 위해 비밀요원을 중국에 파견했다. 이들 보위부원들은 “탈북자를 색출·송환하고 중국에서 종교를 접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심문했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이고 의도적인 굶주림, 가혹한 고문”이 가해졌다.
특히 정 대표는 1990년대 중반 식량난으로 탈북한 주민들이 중국 기독교인들과 현지 선교사들을 만나면서 형성된 이른바 ‘신지하교인’들이 가장 많은 탄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의 보위부와 국가안전부 소속의 인원들이 ‘신지하교인’들에게 비밀심문을 자행한다”면서 “신지하교인들은 현재 교화소에 수감돼 고초를 당하고 있고, 특별한 절차 없이 처형당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종교활동에 대해 권 사무국장은 “수령 개인숭배에 대한 이념적 도전이며, 주민들이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 서로 교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된다”면서 “이는 유엔 자유권규약과 아동권리협약(북한은 두 조약의 당사국이기도 하다)에서 규정하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인 동시에 종교에 대한 차별 금지를 위반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COI는 북한당국의 종교인에 대한 차별과 박해는 ‘반(反)인도범죄’에 해당된다고 결론 내렸다”면서 “기독교인 등 모든 종교인이 처벌과 보복, 감시에 대한 공포 없이 독립적이고 공개적으로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COI의 권고안을 북한 당국이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ICNK(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가 16일 발표한‘유엔 COI 보고서: 북한의 종교자유 침해’편 모션그래픽 영상. /영상=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