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맞는 탈북자들 “고향 계신 부모님 생각에 눈물만”

▲지난 14일 열린 ‘설날 민속놀이 한마당’에 탈북자 200여명이 참석했다.ⓒ연합뉴스

설이나 추석이 되면 부모님이 계신 고향에 내려갈 생각에 모두들 마음이 들뜨곤 한다. 그러나 오히려 명절이면 울적한 마음을 달래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올 초 1만 명을 돌파한 ‘탈북자’들이다.

“명절이면 남한 사람들은 고향에 내려갈 생각에 마음이 들뜨지만 저는 북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2003년에 입국한 탈북자 김철진(33)씨의 말이다.

김 씨는 이번 설 명절에 모처럼만에 여행을 갈 예정이다. 그는 “명절만 되면 북에 계신 부모님과 고향 생각에 마음이 쓸쓸해진다”며 “여행이라도 가야 그나마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남한에 정착을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금은 자영업을 하면서 아내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아가는 그는 얼마 전부터 저축을 시작했고, 최근엔 2세까지 생겨 모처럼 웃음 지을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그런 그도 이번 설이 반갑지만은 않다. 그는 “가족들이 명절을 맞아 같이 다니는 모습을 보면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면서 “그동안 북에 계신 어머님 생각에 눈시울을 적신 게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 읍소했다.

그나마 김 씨는 가족이 있어 나은 편이다. 2001년에 입국에 최성만(46)씨는 혈혈단신 탈북해 7년간 혼자서 생활하고 있다. 최 씨는 며칠 전 허리까지 다쳐 병원에 입원 중이다. 그런 그는 “명절이 되니 몸도 마음도 아프다. 병원에 누워있으니 가족들 생각밖에 안 난다”고 말했다.

최 씨는 그동안 지역 복지관의 도움을 받아 여러 차례 취직을 했지만 직장에서 반년 이상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뒀다. 남한에 정착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40평생을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 남한 정착이 쉽지 않았다.

그는 “남한 사람들은 고향에 내려가고 친척들과 제사 준비하느라고 들떠있지만, 탈북자들에게 명절은 반갑지가 않다”면서 “몸이라도 성하면 다른 탈북자들과 명절을 보낼 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탈북자들은 남한사회에 정주(定住)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지만 명절이라고 해서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다.

탈북자들은 명절을 특별한 계획 없이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쉬면 마음이 우울해진다며 일이라도 해야 낫다고 말한다. 특히 홀로 탈북한 사람들은 착잡한 심정에 연휴 기간 아예 밖에 나가지 않고 사람 만나기를 꺼려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해 노원구 공릉복지관 김선화 부장은 “탈북자분들이 명절이 되면 가족 생각에 많이들 외로워한다”면서 “복지관에서 선물 보내고 정착도우미들이 함께 보내려고 하지만 탈북자 분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몇 년 전보다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 졌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다”면서 “무엇보다도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며, 특히 지역사회 차원의 결연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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