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說)을 가지고 미움과 증오를 증폭시키지 말라

KBS ‘스타골든벨’ 사회자 김제동 씨 하차와 MBC ‘100분 토론회’ 사회자 손석희 씨 교체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KBS PD협회는 김제동 씨에 대한 정치적 보복조치라고 단언했고, MBC노조는 손석희씨의 교체 검토가 엄기영 경영진의 ‘권력에 대한 굴종이요 눈치보기’라고 비난했다.

KBS와 MBC 경영진과 제작진은 외압설을 부인하며 제작비 절감과 프로그램 개편 차원에서 교체했고 교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른바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위해서는 두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시민적 권리와 방송인의 의무를 엄정하게 구분해야 하며 둘째, 그 모든 유형의 압력을 반대하고 자율·책임경영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이 원칙에 입각할 때 방송인이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지녔다는 이유로 해직당하는 것은 참으로 부당하다. 방송업무가 아닌 정치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직당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

견해와 활동은 천부적으로 주어진 ‘시민적 인권’이기 때문에 이는 결코 해직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방송업무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시청자에게 불공정하게 전달하였다면 이는 뚜렷한 해직사유가 될 수 있다.

공정성과 중립성을 의무화 하고 있는 방송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불공정방송을 한 방송인을 징계하는 것은 경영진의 의무사항에 해당한다.

방송 경영진은 모든 압력으로부터 방송의 자율성과 책임경영을 지켜내야 한다. 권위주의시대에 있었던 권력의 압력이나 최근 10여 년 동안 일상화되었던 노조의 압박은 방송사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불구로 만들어 왔다.

‘땡-전(全)뉴스’가 전자의 대명사라면 ‘PD수첩-광우병’은 후자의 자화상이다. 또한 이사회의 월권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용기 있게 맞서야 한다.

KBS 이사회가 됐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됐건, 그들의 문제 제기는 방송법에 근거한 총론적인 공정방송 실현과 합리와 원칙에 따른 경영에 기초해야 한다. 그들의 결정이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개폐 결정이나 특정 방송인에 대한 유·해임에 국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사의 자율성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인정받아 왔다면 김제동 씨나 손석희 씨 문제를 둘러싸고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어찌 보면 미래를 위해서라도 양 방송사의 경영진들이 차제에 신뢰를 구축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양 방송사 경영진은 그 어떤 내·외적 압력에도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며, 그 누군가가 압력을 가하려한다면 즉각 이를 폭로하여 ‘못된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야 할 일이다.

바로 이런 점이 내가 생각하는 원칙이다. 이에 개인적 소견을 덧붙이자면, 과연 일부 세력이 제기하고 있는 ‘외압’이 실제 존재했을까 여부다. ‘외압’은 없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효과대비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KBS든 MBC든 여야 추천자들이 함께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사들마다 견해가 제 각각이기 때문에 특정인을 해임하라는 등의 압력을 행사하기가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은 인간관계를 이용한 은밀한 요청 혹은 압박인데 이는 그야말로 비합리적이며 몰경제적이다. 특히 김제동씨의 경우에는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며 오로지 ‘비용’만 존재한다.

지금 MBC와 KBS는 개혁의 장도 그 출발선에 서 있다. 방만한 경영을 혁신하는 것, 권력과 노조에 휘둘려온 지난 불공정의 역사를 청산하고 공정한 방송으로 거듭나는 것, 디지털시대, 세계화시대, 다매체 시대를 능동적으로 준비하는 것 등 첩첩하게 쌓인 난제들이 앞에 놓여 있다.

이는 오직 책임경영을 통해 헤쳐가야 되기에 단체협상 등을 개정해야 한다.

이런 난제들을 두고 은밀하게 누구 누구를 해임시키라고 거래(?) 혹은 압박(?)할 정신 나간 권력자가 있겠는가! 방속개혁의 핵심 논점을 흐리고 ‘방송장악 논란’이나 불러올 법한 일을 벌일 아둔한 권력자가 있겠는가 하는 말이다.

만에 하나 거래 혹은 압박을 받은 경영진이 이 사실을 누설한다면 권력의 정당성이 송두리째 흔들릴만한 일인데 (마땅히 흔들려야 한다) 그런 터무니없는 일을 누가 벌이겠는가 하는 것이다.

결국 김제동 씨 해임이나 손석희 씨 교체 여부는 KBS와 MBC 경영진의 자체 판단일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다. 앞서 말한 거대한 난제들을 염두하면 참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압과 관련해서 오히려 주목해야할 지점은 KBS와 MBC 노조의 ‘압력’이다. 양 노조는 현재 경영진의 방침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며 노사협의회, 공방협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압력을 행사해 왔고, 앞으로도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이러한 압력에 대한 심각성은 국민들에게 특별하게 인지되지 않는다. 매우 왜곡된 유산이라 할 것이다.

한마디 더 보태고 싶으나 그 자체로 간섭이 될 수 있으니 부디 양 방송사 경영진들이 중심과 부차, 앞과 뒤를 잘 가려 현명하게 처리하길 바랄 뿐이다. 부디 ‘설(說)’을 가지고 미움과 적의가 증폭·확산되지 않기를 간곡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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