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땅 동결” 北주민 가처분 받아들여져

북한 주민이 남한 법원에 상속권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이 사건과 관련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김용대 부장판사)는 25일 북한주민 윤모 씨 등 남매 4명이 남한의 새어머니와 이복동생들을 상대로 낸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윤 씨 등 채권자들이 제출한 소명자료로 볼 때 가처분 신청은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윤 씨의 새어머니와 이복형제 4명이 갖고 있는 100억원대 땅은 윤 씨 등이 낸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3자에게 처분될 수 없게 됐다.

윤 씨 등은 자신들이 아버지의 진짜 자식임을 입증하기 위해 손톱과 머리카락 등 유전자 검사를 위한 샘플, 북한 공민증 사진, 자필 소송 위임장을 작성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 등을 법원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씨 등은 구호 활동을 위해 북한을 오가는 민간단체 회원을 통해 자필로 된 소송 위임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송대리인 배금자 변호사에 따르면 윤 씨 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2남3녀와 아내를 남기고 월남한 뒤 돌아가지 못했고 남한에서 권 씨와 결혼해 따로 2남2녀를 낳았다.

윤 씨 형제 4명은 지난 19일 새어머니 권 씨와 이복동생들을 상대로 1987년 숨진 아버지가 남긴 부동산 중 자신들의 몫을 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배 변호사는 “북한 사람이 채권자가 돼 인용된 첫 가처분이며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원고들의 이름이 올라간 것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안의 성격은 다르지만 북한 주민이 원고가 돼 남한 법원에 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작년 3월 한국전쟁 때 피랍돼 북한에 살고 있던 A(82) 씨가 남한에 살고 있는 딸을 통해 김포시에 있는 땅 450㎡를 돌려달라며 김포시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또 2005년 북한에 사는 벽초 홍명희의 손자는 남북교류단체를 통해 자신들의 동의 없이 할아버지의 ‘황진이’를 출간ㆍ판매했다며 출판사 대훈서적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이 소송은 2006년 출판사가 홍 씨에게 1만달러를 지급하는 대신 남한에서의 출판권을 인정받는 내용의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앞서 2001년 북한주민 손 모 씨 등 남매 3명은 “6.25 당시 월남해 숨진 아버지의 호적에 올려달라”며 서울가정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이복형제들과 재산 분할 문제를 따로 합의하고 이듬해 소송을 취하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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