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이 다시 제기됐다. 이번에는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을 통한 물밑 접촉이 시도되고 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내용인 즉 북측 민화협 관계자의 요청으로 지난 주말 선양에서 우리측 민화협 이윤식 사무처장과 비밀 회동이 이뤄졌고, 이 자리에서 북측은 대통령 국민통합특보이기도 한 김덕룡 의장이 나서 정상회담, 대북지원 등 남북관계가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이번 접촉이 나올 즈음 때 마침 김 의장이 17일 오전 민화협 지부 창립행사 관계로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어 정상회담과 관련 접촉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생기고 있다.
이번 민화협 접촉설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자들은 “접촉이 있었다고 해도 정부 차원의 접촉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며 냄새 차단에 나서고 있다. 대외용으로 ‘책임있는 접촉’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북측이 민간단체인 민화협을 통해 몇 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핵심은 정상회담 추진 시도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당시 노동환경부장관)과 김양건 북한통일전선부장의 비밀회동에 대해 처음에는 강하게 부인했지만 결국 인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이같은 반응은 아직까지 조심스런 관측이란 평가다. 최근 정부 주요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발언들과는 온도차가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현인택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이 시점에서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거나 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비공개로 열린 한나라당 통일위원회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을 열 수 있는 환경과 토대가 마련되지 않았다. 현재 정부가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 정상회담까지는 아직 이르다는 분위기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센터 소장은 데일리NK와 가진 통화에서 “외부 라인을 통해 정상회담 물밑접촉이 이뤄진다고 해도 정부내 외교안보 핵심 라인의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면서 “민화협 접촉설에 대해 아직은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고 말했다.
익명의 대북전문가는 “남북한 모두 정상회담 사안에 대해 자발적으로 나서 공을 세우고자 했던 사람들이 그동안 많았다. 적당히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면서 만나서 얘기하는 일들도 그동안 많았던 만큼 민화협를 통한 남북접촉이 정상회담 논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얼마나 진실된 건지, 무게가 실린 건지는 알 수 없다”고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비핵화에 대한 진전 가능성이 희박하고,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의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진되는 정상회담이 어떤 파장을 만들지 불투명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정상회담 당사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적인 남북관계를 위해서는 북한의 태도변화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4일자 일본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북한 비핵화라는 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언제라도 정상회담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정치적인 목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